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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명건 도박|「로버트·케네디」의 출마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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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프런티어」 정신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로버트·케네디」 미국상원의원이 드디어 『백악관에의 경주』에 뛰어들었다. 「뉴·헴프셔」 주 예선이 있기까지만 해도 오는 11월의 미국대통령 선거에 대한 그의 관심은 표면상 소극적이었고 「린든·B·존슨」 미국대통령을 민주당 기수로 받드는데 인색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었다.
월남전화평후보 「유진·매카디」후보가 최근의 「뉴·햄프셔」주 예선에서 42%를 얻어 7%차로 현직 대통령인 「린든·B·존슨」대통령의 뒤를 바싹 추격하는 의외의 새로운 국면이 벌어지자 「케네디」의원의 심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케네디」의원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겠다는 정치적 야망은 비단 그 자신의 입신양명 욕에서 우러나왔을 뿐 아니라 비명 에 쓰려져간 친형 「존·F·케네디」대통령의 넋을 달래려는 「케네디」일가의 숙원과도 일맥 상통된다. 「케네디」의원에 쏠리는 인기의 원천은 그의 젊음, 망형의 대통령 선거사무 때 보여준 수완을 높이산 데도 있으나 고「케네디」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일념이 상승작용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존슨」 대통령은 『어떤 사람은 금에 투기를 하고 어떤 이는 대통령 예선에 투기를 한 다』고 「케네디」의원의 출마선언을 비꼬았다. 미국에는 민주당·공화당 외에 「케네디」당의 3대 정당이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음을 모를리 없는「존슨」 대통령의 논평치고는 너무 경솔했다는 비난이 없지 않다.
「캘리포니아」 「오리건」주 예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케네디」후보의 앞길에는 허다한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문제되는 것은 「유진·매카디」후보와의 관계이다.「매카디」상원의원과 월남전문제에 거의 의견을 같이하는 「케네디」후보는 동생「에드워드·케네디」상원의원을 개인특사로 파견, 그에게 입후보를 사태 해줄 것을 내심 바랐으나 허탕을 쳤다.
승산이 더욱 뚜렷해진 지금 후보사태란 있을 수 없으며 「위스콘신」주 등에서 자기를 측면 지원해 주겠다는 「케네디」의원의 호의는 고마우나 그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게 「매카디」후보의 태도이다.
「뉴·햄프셔」주 예선이 있기 얼마전 까지도 적극 지원해달라는 「매카디」 후보의 호소를 「케네디」의원은 정세를 잘못 분석 송두리째 무시하여 기회주의자란 비난까지 받았다.
정치적 흥정여하에 따라선「매카디」 후보가 최후의 순간에서 「케네디」의원에게 적극 양보를 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 「뉴·햄프셔」 예선결과에 도취, 나도 그에게 못지 않은 거물이라는 영웅심리에 물든 「매카디」의원이 현 단계로서는 고분고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월남전 때문에 인기가 저조하고 있기는 하나 남부의 주지사들과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존슨」 대통령은 뭐니뭐니해도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 「존슨」·「매카디」두 후보와 3파전을 벌일 민주당 후보지명전에서 「케네디」후보가 요행히도 지명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양분된 당세로 비교적 전열이 잘 경비된 공화에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당초 72년대를 목표로 했던 「케네디」씨가 4년을 앞당긴 데는 68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리처드·닉슨」전부통령이나 「넬슨·록펠러」 「뉴요크」주지사와 같은 강력한 인물이 집권하면 8년을 기다려야한다는 지루함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존슨」대통령이 지명대회에서 고배를 마실 것을 자각, 스스로 입후보를 사퇴하거나 「휴버트·험프리」현 부통령에게 「바통」율 넘겨주는 정세로 발전되면 이번이야말로 유일의「찬스」가 아니겠느냐는 계산이 「케네디」의원을 움직였을지 모른다.
어쨌든 지지와 반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월남화평 이란 상표로 지명전에 「케네디」의원이뛰어들음으로써 민주당의 사정과 대통령 선거전은 더욱 복잡해졌다.
판돈이 엄청나게 큰 정치도박에 나서게됨에 따라 「케네디」의원은 자칫 잘못하면 상원의원 재선까지도 위협받을지 모르나 유권자들은 대통령감들의 정견을 골고루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미국정치에 손해 될 것은 없다.<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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