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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한위와 문화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명동에 있는「유네스코」회관 안에 흥행장인「코리아」극장의 허가를 내준 서울시 당국의 행정처분을 철회해 달라는 진정서를 문교부에제출했다고 전한다.
서울시당국이 국민의 성금으로 지은 「유네스코」회관에 대하여 건물주인 「유네스코」한위측의 합의도없이 그관리자인 한일은행의 용도변경신청만으로 일반 흥행장허가를 내준것은교육·문화·과학의 국제적 교류를 표방하는 「유네스코」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불합리한 조처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일은행이 동회관의 관리자로서 건물의 보전및 관리를 할수 있는데 그친다고 생각됨에도불구하고 임의로 용도변경을 시켜놓고 이제와서 발뺌을 하고있는 것이나, 또 임차인 우씨가허맹한 변명을 하고있는것은 차지하더라도 여기서 우리는 「유네스코」에대한 당국의 인식과 그발전을 위한 지원방법이 기본적으로 그릇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지않을수 없다.
한국은 50년 6월에 55번째의 회원국으로 「유네스코」에 가입되었고 54년1월에 동한국위원회가 창설된후, 동위원회는 「유네스코·한국총람」을 비롯한 각종 간행물을 계속 출판하는 한편 「아이제크」등의 학생활동에 대한 후원, 공개강좌의 개최, 모범촌의 건설, 과학기술정보 「센터」의 설치등 허다한 교육문화및 과학분야에 관련된 업적을 남겼으며, 국제적교류와 우리나라의 근대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치 못한다. 특히 「유네스코」는 각종 「유엔」기구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힐만큼 많은 공헌을 우리의 교육·문화·과학·예술등 각분야에 끼쳤음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국은 「유네스코」한위에 대하여 당면한 문제로서 동회관의 모든 운영관리권이 되돌아갈수 있도록 조처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경및 경제력이 약한 문화사업기관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것은 당국이 가장 힘써야 할 책무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당면문제로서 당국은 이번 기회에 「유네스코」한위가 튼튼한 기반위에서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있도록, 적십자회비징수에 준하는 회비모집 방법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안다. 동한위는 약간의 국고보조를 매년 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 액수는 60명 직원의 인건비에도 미달하는 상태요, 그반면에 연간 사업비적자는 8천8백만원에 달하는 동시에 5억8천만원의 고정부채에 대한 이자1억5천만원등을 감안할 때, 당면과제의 일시적인 해결이나 미봉책으로 당국의 지원책무가 그칠 수는없다 할 것이다.
「유네스코」한위가 쌓은 지금까지의 업적에 비추어 보거나 이와 같은 반관반민의 국제기구가 갖는 국제적 사명에 비추어 보거나 앞으로 동위원회가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할수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오로지 정부의 책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유네스코」의 숭고한 이념과 정신을 외면하고 동회관을 일개 흥행장으로 타락시키는 일이 그대로 묵과된다면이나라의 교육 문화사업의 앞날은 참으로 암담하다고 내다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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