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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교 깊이보기] 베벌리힐스 엄마 마음 뺏은 미국 서부 명문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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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웨스트레이크 스쿨 전경.

미국 명문학교라고 하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배경이 된 학교는 세인트 앤드루 스쿨로, 고풍스러운 동부 보딩 스쿨 분위기를 가장 잘 담고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에도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의 학교가 있다. 부촌(富村) 베벌리힐스 엄마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스쿨이다. 남녀공학으로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있는 사립 데이스쿨(통학학교)이다. 보스턴 에듀케이션 수 변 아이비클럽 수석 칼리지 카운슬러가 이 학교 정보를 정리해 왔다.

이 학교는 매년 졸업생 25%가 아이비리그에 입학한다. 서부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풍부한 경험의 카운슬러가 있는 데다 철저하게 재학생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인 1900년 하버드대로부터 허락을 받아 하버드 스쿨이란 남학교로 출발했다. 웨스트레이크는 이로부터 4년 뒤인 1904년 설립한 여학교 이름이다. 이렇게 남녀 학교로 각각 운영되다 1991년 남녀공학으로 합쳐지면서 지금의 하버드 웨스트레이크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졸업 파티.

 우리로 치면 중학생인 7~9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인 10~12학년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캠퍼스로 각각 분리돼 있다. 중학교 캠퍼스는 소규모 사립대 못지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학년당(7학년은 220여 명) 한국계 학생이 적게는 9명에서 많게는 15명이나 있을 정도로 많다. 학생비자를 따로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자들이다.

 중학교 과정을 마치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꽤 있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도 있지만 높은 학업 수준을 못 따라가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8학년을 마치고 떠나는 학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9학년에 75~85명 정도의 학생을 추가로 뽑는다.

졸업 파티.

고교 과정인 10~12학년엔 현재 총 87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사와 직원 수는 학생의 4분의 1 수준인 220명이다. 교사 129명은 석사학위를, 그리고 29명은 박사학위 소지자다. 커리큘럼으로는 28개의 대학과정 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과목이 준비돼 있다. 이 중 고급 화학(AP Chemistry), 고급 물리(AP Physics) 성적 등은 미국 내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AP 5점 만점에 만점이 44%, 4점이 32%일 정도다.

 그렇다면 미 대입시험인 SAT 평균 점수는 몇 점일까. 읽기(Critical Reading) 680점, 수학 691점, 작문 709점으로 평균 2080점(만점 2400점)이다.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학생 대부분 2300대의 점수를 받는다. 또 다른 미 대입시험인 ACT 점수도 평균이 36점 만점에 31점 이상이다. 학력 수준이 동부 명문 학교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미국 최초 여성 우주비행사 라이드, 배우 질랜할의 모교
학년당 한국계 학생 9~15명
매년 25%가 아이비리그 입학

학업 성적은 물론 스포츠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시즌별로 27가지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 또 개인 성향에 맞춰 87개의 팀에서 활동할 수 있다. 다양한 종목 중에서도 농구와 크로스컨트리, 여자 수구, 여자 육상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재학 중 4명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참가했을 정도다.

 사립학교이다 보니 학비가 비싸다. 1년 학비가 3만1350달러(약 3400만원)이며 매년 추가로 3000달러(약 330만원)가량이 책값 및 점심 등으로 더 나간다.

 하지만 1년에 600만 달러(약 67억원) 이상의 기부금이 동문회를 통해 들어오는 만큼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도 적지 않다. 2012년도에는 800만 달러(약 89억원)가 학비 보조로 책정돼 전체 학생의 18%가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학생 1인당으로 따지면 2만8000달러(약 3100만원)를 지원받은 셈이다.

 비싼 학비에 걸맞게 학교 측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일례로 초밥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아지자 점심식사로 일식 요리사가 직접 스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시대 변화와 학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절히 수용해 매년 거듭나고 있다.

과학 수업.

 올해 입학한 브랜든 조(조원희)군은 “수업이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열성적인 선생님이 수업을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지도해 준다”고 말했다. 모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설명이다.

 혹시 인종차별은 없을까. 조군은 “각기 다른 개성과 인종을 인정하며 서로의 문화를 배우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브랜든의 엄마 준 조(조희숙)씨는 입학 전 고민이 있었다. 학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자가 많은 학교에서 아이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였다. 그는 “실제로 다녀 보니 기우였다”고 말했다.

영화 "소스 코드" 로 유명한 배우 제이크 질랜할 (왼쪽),팝스타 필 콜린스 딸 릴리 콜린스(가운데),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오른쪽).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출신 유명인으로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인 샐리 라이드와 할리우드의 엄친아로 불리는 배우 제이크 질랜할과 릴리 콜린스, 현재 LA 시장에 출마한 에릭 가세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정치인과 CEO를 다수 배출했다.

입학 절차

동부 사립학교와 비슷하다. 9월에 지원서를 받은 후 원서는 다음해인 1월 중순까지 낸다. 현실적으로는 12월 초까지 원서를 제출해야 예정된 인터뷰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원서는 빨리 제출할수록 유리하다. 원서를 제출한 후 학교 측에서 인터뷰 날짜를 정해주는데 그만큼 인터뷰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기 때문이다. 7, 8학년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공인시험인 ISEE(Independent School Entrance Exam·에세이가 포함된 입학시험) 성적을 낸다. 늦으면 1월 초까지 치를 수도 있지만 가급적 12월에 보는 게 좋다.

인터뷰 팁

이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이유를 잘 생각해 둬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부모 인터뷰도 한다. 이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당신 자녀에 대해 말해 보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공식적으로 자녀 자랑을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문화적인 차이, 즉 겸손함 때문에 아이 자랑을 덜해 미국 학생에 비해 불리할 수도 있다.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엘리자베스 그레고리 입학사정관
“한국계 학생들,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에 스트레스”

Q. 신입생 입학 평균 점수는 몇 점 정도인가.

A. 명확한 답이 없다. 영어가 제2외국어인 학생의 영어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입학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이라면 영어 성적이 낮은 경우 입학이 불가능하다. 학생 개개인의 모든 부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한국 학생의 경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면 영어 성적보다 자신이 잘하는 과목이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입학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의 잠재력이 합격의 열쇠인 셈이다. 점수 때문에 지레 겁먹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Q. 최소한의 기준점이라도 알려 달라.

A. 운동 선수나 특기생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이런 경우다. 최소한 50퍼센타일(만점 100%ile·50%ile이라면 내 밑에 50명이 있다는 얘기) 이상은 돼야 합격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Q. 어떤 학생을 뽑나.

A. 우리는 프렙 스쿨(College Preparatory·대입 준비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높은 학생을 원한다.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낸 경험이 있는 학생, 새로운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학생을 눈여겨본다. 이런 경험과 자세가 우리 학교의 빡빡한 컬리큘럼과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Q. 한국계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대입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지 궁금하다.

A. 대부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학업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종종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걸 보게 된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이 문제다.

Q. 하버드 웨스트레이크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A. 학생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별 수업이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입학엔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 내신 성적 관리를 해야 한다.

2010년 이 학교 졸업한 컬럼비아 대 변지영씨
“한국 학생 많아 학부모 모임 따로 있을 정도”

컬럼비아 대 변지영씨

하버드 웨스트레이크는 같은 과목이라도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어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한국 학생 수는 평균적으로 매년 학년별로 8~11% 정도다.

 난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 학교를 더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인 말버러 스쿨(Marlborough School)이다. 여기도 합격했지만 하버드 웨스트레이크를 선택했다. 남녀공학인 점도 마음에 들었고, 학교 커리큘럼이 대학 수준이라는 게 마음을 움직였다. 또 선배와 친구의 권유도 있었다. 미국의 부촌에 있기 때문에 인종 차별 등에 대한 우려를 했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교우관계가 매우 좋았다. 물론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학교 심리상담 교사가 아이와 꾸준히 상담하며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학과목 교사도 학생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럼 없이 교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분위기다.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수준 높은 커리큘럼이다. 대학 진학 후에도 자연스럽게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인 학생에게 특히 이 학교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 학생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라 한국 학부모 모임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학교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통과 학업 분위기, 커리큘럼, 인맥 등 명문 학교에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춘 학교라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자료=하버드 웨스트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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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수 변 보스턴 에듀케이션 카운슬러
김소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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