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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에 발목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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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계속되는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DB대우증권이 13일 ‘10엔, 악재의 빅 배스(big bath)’란 보고서를 통해 제기한 분석이다. 이는 거침없는 일본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에너지 값이 치솟아 기업들 원가 부담이 커진다. 제품 가격경쟁력을 높인 엔저(円低)가 이익 제약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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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일본에서 전기·가스·수도 같은 유틸리티 물가는 2010년 초 대비 20%가량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도쿄전력·도쿄가스 같은 일본 5개 대형 전기·가스 업체는 1분기에 총 1961억 엔(약 2조1500억원) 영업 적자를 냈다. 엔저 때문에 오른 수입 연료 가격을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요금을 정상화하면 일본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난다.

 일본 내 증권사들도 에너지 비용 문제를 기업 실적 전망에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제자리걸음한다고 보는 게 그런 방증이다. 일본 66개 주요 기업 매출이 지난해 4분기(9~12월) 32조 엔에서 올해 4분기에 37조 엔으로 16% 증가한다는 게 현지 증권사들이 추청하는 평균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6.5%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투자를 해서가 아니라 요즘처럼 엔저 때문에 매출이 늘어난다면, 추가 고정비용 지출이 별로 없어 영업이익률도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 않고 영업이익률이 제자리라는 것은 뭔가 다른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게 바로 에너지 비용이라는 게 대우증권의 분석이다.

 대우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이익에 비해 주가 상승 폭이 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12배를 맴돌던 일본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평균 15.2배까지 올라왔다. 현재 8배인 한국의 거의 두 배다. PER은 시가총액을 1년간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클수록 주식이 고평가됐음을 나타낸다. 박 연구원은 “일본에 비해 한국이 훨씬 싸다는 매력이 부각되면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강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신한금융투자 이재범 연구원은 “일본에서 중소형주 이익 증가는 아직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주가 주춤하더라도 중소형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대투증권 이상우 연구원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안전 문제로 원자력발전소가 거의 가동을 않는 상황”이라며 “원전들이 재가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 비용이 떨어져 일본 기업 수익성이 한층 더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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