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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과 나란히 앉아 와인 2병 마셔 … 다음날 사과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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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을 뒤집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구체적인 성추행 시점과 두 차례 성추행을 한 뒤 피해 여성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증언도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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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때 운전기사는 자리 비워

청와대 관계자, 워싱턴 목격자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 운전기사는 7일 오후 9시30분에서 밤 12시(현지시간) 사이에 W호텔의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윤 전 대변인이 해명 기자회견(11일) 때 밝힌 30분(오후 9시30분~10시)보다 2시간이나 더 길게 이어졌다. 긴 탁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성추행을 할 수 없었다는 윤 전 대변인의 해명과 달리 인턴 직원은 윤 전 대변인의 오른편에, 기사는 왼편에 앉았다고 한다. 윤 전 대변인과 인턴은 와인 2병을 나눠 마셨다고 한다. 이들을 데려다 줘야 하는 운전기사는 술 대신 콜라를 마셨다.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직원의 엉덩이를 만진 1차 성추행 의혹은 술자리가 끝날 때쯤 불거졌다. 사건 내막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운전기사는 호텔에서 나갈 때 차를 호텔 입구에 대느라 자리를 먼저 비웠다고 한다”며 “성추행은 운전기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운전기사가 있었는데 어떻게 성추행이 가능했겠느냐”는 윤 전 대변인의 발언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8일 새벽 4시쯤 호텔방 근처서 목격

술집에서 나와 8일 0시20분쯤 숙소인 페어팩스호텔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곧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숙소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호텔에 마련된 임시행정실(CP)에서 오전 2시까지 술을 더 마셨다. 그런 뒤 알 수 없는 곳에서 더 술을 마셨고, 오전 4시쯤 호텔방 근처에서 기자들에게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후 11시에 잠자리 들어 다음 날 아침에 깼다”고 밝힌 것과 시간, 술자리 횟수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윤 전 대변인은 13일 자신을 새벽에 호텔 로비에서 목격했다고 밝힌 몇몇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시간대에 나를 본 것이 확실하냐.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인턴이 문 안 열어 줘 사과 못해

윤 전 대변인이 8일 오전 인턴 직원을 찾아가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도 새로운 증언이다. 앞서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 때 8일 오전 6시쯤 인턴 여성을 자신의 호텔방으로 불렀으며 당시 팬티를 입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2차 성추행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이때 윤 전 대변인의 나체를 보고 놀란 피해 여성은 울면서 뛰쳐나왔고, 이후 인턴이 소속된 해외문화홍보원은 상황을 파악한 뒤 7시쯤 청와대 행정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6시50분쯤 호텔을 나와 경제사절단 조찬간담회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윤 전 대변인은 이런 상황을 알게 됐고, 7시20~40분 사이 호텔로 다시 돌아와 해외문화홍보원장과 함께 피해 여성에게 사과를 하고 설득하려 했으나 인턴은 호텔방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일부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 “사과 또는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내용은 날조”라고 주장했다.

 ◆사건 신고 직원 사직 처리 논란

13일 미국 한인 여성 사이트 ‘미시 USA’ 게시판에는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이자 피해 여성의 동료가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사직한 걸 놓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안다는 사람이 “문화원 관계자가 ‘사표를 낸 직원은 원래 사직서를 내기로 한 직원이었다’고 인터뷰를 했다”며 “원래 사표를 내기로 한 직원이었다고요? 국가적 행사인 대통령 방미기간 마지막 날 아침, 행사 도중에 사표를 내기로 돼 있었다는 말이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언론에서 최초 신고자였던 직원이 어떠한 인신공격을 당하고, 어떤 비난과 욕을 먹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거짓말은, (성추행) 소문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원과 대사관의 대응에 있는 것 같은데…”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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