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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퇴행성 근육질환 정복, 취미는 연구, 나머진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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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이오스타틴으로 난치성 근육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이세진 교수는 “임상실험 단계여서 상용화에는 몇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상은 결과이지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약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세진(55) 교수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취미는 연구, 나머지 시간은 가족들과 보낸다고 했다. 한 눈에 봐도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었다.

 올해 호암상 의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이 교수에게 30만 달러(3억3000여만원)의 상금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평생 연구만 해 빚더미에 올라있다”며 “모기지(주택 대출금) 갚는데 쓰겠다”고 답했다. 5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학창시절에 치열하게 적응하느라고 한글을 잃어버렸다며 영어로 인터뷰해야 하는 걸 미안해했다.

 - 호암상을 탄 소감은.

 “호암상이 노벨상보다 더 큰 영예라고 생각한다(웃음).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 스스로 생각하는 수상 이유가 뭔가.

 “마이오스타틴의 발견이다(이 교수는 1997년 처음 마이오스타틴을 발견해 그해 과학전문잡지 네이처를 장식했다). 나는 인간에게서 세포가 증식할 때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특정물질이 역할한다는 걸 발견했다. 처음엔 이 물질이 뭔지 몰랐다. 그래서 이 물질을 제거한 쥐를 길렀다. 그랬더니 쥐들의 근육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실험으로 마이오스타틴이 근육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사람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건가.

 “마이오스타틴을 억제하는 약품을 발견한다면 근육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 약품은 근육 관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한가.

 “당장은 단정할 수 없다. 제약회사 화이자 등과 마이오스타틴을 억제하는 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쥐에겐 잘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다. 몇몇 환자그룹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하는 단계다. 몇 년 더 걸릴 것 같다.”

 -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나.

 “일단은 퇴행성 근육질환, 즉 근이영양증 환자들이다. 근이영양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이며 휠체어 생활을 하다가 수명이 단축된다. 이 환자들에게 마이오스타틴 성분의 약은 근육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암 환자도 근육이 금방 손실된다. 그래서 근육의 힘을 키우는 약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에이즈 환자, 폐 질환자, 신장병 환자 등도 마찬가지다.”

 - 한국 연구진과 함께 일한 경험은 없는가.

 “지금은 가천의대 연구진과 교류하고 있다. 한국인 과학자나 연구진을 네이처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과의 공동 연구는 더 활발해질 거다.”

볼티모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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