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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은 분뇨 … 살포하면 거름, 재워두면 악취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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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응 스님

“돈이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면 ‘출세간법’(불교의 행법)으론 손해가 아닌 이익입니다.”

 지난달 말 동국대에 6억원을 기부한 부산 영일암 주지 현응(75) 스님의 말이다. 영일암은 종단이나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사찰로, 한 층 30평 규모의 2층집이다. 작은 암자에 가깝다. 신도는 100명 남짓. 스님과 살림을 보는 공양주 보살 두 명만 상주한다. 6억원은 현응 스님이 40대 중반 출가한 이후 평생 모아둔 돈으로, 신도들이 낸 시주 등도 포함됐다.

 현응은 신도들 사이에서 ‘4무(無) 스님’으로 통한다.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자동차, 인터넷이 없다는 뜻이다. 자동차 대신 쓰는 20년 된 오토바이도 무거운 짐을 옮길 때만 사용한다. 한 달 기름 값이 4000원도 안 든다. 출가할 때부터 입은 30여 년 된 ‘누더기’ 승복을 아직도 기워 입는다.

 “재물은 분뇨와 같아 살포하면 거름이 되지만 재워두면 악취가 나죠.”

 기부에 대해 그는 “부처의 재물이고 나는 관리인에 불과하다”고 했다. 2007년 사찰 소유 토지가 수용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 3억7000만원을 동국대병원 등에 전액 기부했고, 30여 년간 부산대 등의 대학생 20여 명에게 장학금을 후원해왔다.

 스님의 이번 기부는 ‘깜짝 기부’였다. 지난달 26일 학교 계좌에 6억원이 입금되자 놀란 직원들이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냈다. 6년 전에도 학교에 1억원을 기부한 현응 스님이었다. 학교 측은 ‘학교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시라’고 권유했지만 스님은 사양했다. 동국대 김희옥 총장이 지난 3일 부산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할 때도 차 한잔 나눈 게 전부였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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