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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g으로 태어난 은혜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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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10월 152일 만에 태어난 이은혜양이 2일 어머니 안지환씨 품에 안겨 있다. 은혜는 지난 3월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하게 퇴원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세상이 그리도 빨리 보고 싶었을까. 이은혜양은 지난해 10월 엄마 배 속에서 불과 152일 만에 태어났다. 정상 분만 기간(280일)의 절반을 조금 넘게 채운 채 나온 ‘호기심 많은 아이’다. 은혜의 출생 당시 체중은 490g. 자기보다 40g 적은 쌍둥이 남동생과 함께였다. 은혜의 체중은 신생아 평균(2011년 기준 3.21㎏)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은혜보다 엄마 배 속에서 일찍 나와 생존한 예는 없다. 1987년 캐나다, 2011년 독일에서 출생한 아기들이 작성한 세계기록 152일과 동일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2011년 부산에서 22주 만에 태어난 아이(530g)가 가장 일렀다.

 은혜 어머니 안지환(42)씨는 결혼 13년 만에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낳았지만 조산이었다. 다섯 달 만에 초미숙아로 태어난 남매는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등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은혜의 남동생은 생후 62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은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혼자 호흡하지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어 코에 넣은 튜브를 통해 모유와 미숙아 분유를 섞은 젖을 먹었다. 그래도 은혜는 하루하루 성장했고 여러 고비를 이겨냈다. 지난 3월 29일엔 체중 3.3㎏으로 삼성서울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엄마 안지환씨는 “퇴원하기 전에 폐동맥 고혈압이 생겼지만 지금은 혈압이 정상”이라며 “체중도 퇴원 후 한 달여 만에 1㎏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은혜는 2일 병원이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옹알이를 하고 엄마와 눈을 맞추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은혜를 치료한 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대 의학에선 임신 주기 23주(161일)를 생존 한계로 본다”며 “이보다 빨리 태어나면 장기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한데 다행히 은혜가 건강하게 자라줬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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