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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 살짝 벌어졌다고 콤플렉스? … 마돈나는 매력 포인트로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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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마돈나의 살짝 벌어진 앞니. 그는 한 잡지에서 앞니를 포토샵으로 교정하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일입니다.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어디선가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겁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 깜짝 놀란 남편과 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엘리베이터 구석에서 두 여성을 발견한 순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알코올 냄새는 코에 붕대를 둘둘 감고 플라스틱 케이스를 씌운 그들에게서 풍겨나고 있었습니다. 네, 막 성형수술을 마치고 쇼핑을 하러 백화점에 들른 거였어요.

 저야 그러려니 했지만 남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스페인에도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이처럼 수술 직후 사람들이 많은 곳을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는 건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뭐 어때,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야 상관할 바 아니지.” “그래도 정말 낯설다.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기분이야.”

 스위스로 돌아온 뒤 친구들과 모여 한국 여행 얘기를 하면서 이 에피소드가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의 성형수술은 유럽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터라 새삼스러울 게 없었지만 친구들이 궁금해 한 건 ‘왜 하필 코냐’는 거였죠.

제가 “한국에선 높고 오똑한 코를 예쁘다고 여긴다”고 하니 친구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말도 안 돼!” 핀란드인 친구 I가 말했습니다. “유럽에선 작고 낮은 코가 미인의 상징이야. 코를 높이는 수술은 상상이 안 가.” 독일인 친구 R이 덧붙입니다. “나는 내 코가 높은 게 늘 불만인데, 한국 가면 미인 대접 받는 건가?”

 그리고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진아는 절대 성형수술시키지 마!” 네, 딸 진아는 제 코를 빼다 박았습니다. 콧대가 없죠. 두상부터 눈썹·눈·입까지 남편을 닮았는데 유독 코만 절 닮았습니다. 사람들이 ‘코 아니면 엄마인 줄 모르겠다’고 할 정도랍니다. 한국의 친정엄마는 진아를 보고는 “코만 아빠를 닮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저의 외모를 사정없이 짓밟는 말씀을 하셨더랬죠. 심지어 길 가던 모르는 사람들도 “애가 참 예쁘네. 코가 좀 낮은 걸 빼곤”이라는,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인신공격하는 발언을 종종 던지곤 했습니다.

 높은 코와 낮은 코 중 어떤 게 더 예쁠까요? 금발과 흑발 중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울까요? 앞니가 살짝 벌어진 건 매력적일까요, 아닐까요? ‘겉모습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공자님 말씀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외모는 중요합니다. 첫눈에 누군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대단한 힘이죠. 하지만 아름다움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남편은 저의 염색하지 않은 새까만 머리카락을 좋아합니다. 저의 스페인인 친구 E는 ‘갈색 피부에 숯검댕 눈썹’을 한 여성이라면 일단 한눈을 팔죠. 독일인 친구 H는 일단 키가 1m80㎝는 돼야 여성적인 매력이 느껴진다고 하고요. 여성이 남성을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 주위엔 ‘배 나온 남자가 푸근하고 든든해서 좋다’는 친구들도 많아요.

 마돈나는 살짝 벌어진 자신의 앞니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다죠. 네잎클로버가 흔치 않기 때문에 행운의 상징이 됐듯,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이라면 설사 그게 벌어진 앞니라 해도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걸 마돈나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딸을 데리고 성형외과에 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낮은 코는 우리가 생물학적 모녀지간이라는 걸 말해주는 강력한 증표니까요.

김진경 jeenkyu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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