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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주연급 조연의 감칠맛 … 다시 읽는 중국 현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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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인 이야기2
김명호 지음, 한길사
456쪽, 1만8000원

김명호(63) 성공회대 교수의 노작이다. 지난해 제1권이 그랬듯이 2권에서도 수많은 인물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청일전쟁(1895)에서 신해혁명(1911), 중화인민공화국 수립(1949)을 거쳐 문화대혁명(1966~76)에 이르는 중국 근·현대사가 주요 무대다. 중앙일보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에 7년째 연재 중인 ‘사진과 함께하는 중국 근현대’ 내용을 보강했다.

 저자는 “40년 가까이, 중국은 나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놀이터였다”고 말한다. 혁명과 전쟁이 반복된 지난 100여 년의 중국이 결코 놀이터일 순 없을 것이다. 놀이터는 상징적이다.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중적이면서 역설적인 용어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훨씬 전인 1970년대부터 홍콩과 대만을 수시로 오가며 중국 역사에 빠져 들던 젊은 날의 추억을 그렇게 표현했다. 다른 한편으론 냉전의 이념과 역사의 무게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저자의 마음가짐을 담아냈다.

 저자의 ‘인물 오디세이’는 기존의 중국 관련 책자에서 잘 볼 수 없는 뒷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예컨대 중국 혁명사를 이끈 쑨원(孫文·1866~1925), 장제스(蔣介石 ·1887∼1975),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은 저자의 책에서도 물론 비중이 높지만 그들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는다. 익숙한 주인공이 아닌 주연급 조연들의 인생 드라마가 감칠맛 난다.

 2권의 주요 인물로는 마오쩌둥과 혁명을 함께 한 펑더화이(彭德懷·1898~1974)를 들 수 있다. 펑더화이에 대해 관우와 장비를 합해놓은 인간형이란 세간의 호감을 소개하는 가운데 마오쩌둥의 다양한 정치적 면모가 대비된다. 생사를 같이 한 동지였지만 혁명 이후 권력까지 함께 나누진 않았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을 직설로 비판하는 펑더화이를 마오는 끝내 용납할 수 없었다. 저자는 이념적 미사여구로 포장되기 이전 권력의 생리를 포착해 내는 데 능숙하다. 펑더화이가 6·25전쟁의 중공군 사령관으로 와서 정전협정까지 하던 시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쑨원의 경우도 자신의 혁명 후원자 쑹자수(宋嘉樹)와 의기투합하는 거창한 과정 못지않게 쑹자수의 둘째 딸 칭링(慶齡)이 쑨원과 결혼하고, 쑹자수의 셋째 딸 메이링(美齡)은 장제스와 결혼하는 개인사가 흥미롭게 소개된다. 김 교수는 1990년대 10년 동안 중국 최대 규모의 ‘싼롄(三聯)서점’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중국의 지인들로부터 얻은 희귀 사진은 그의 책이 지닌 장점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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