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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대체휴일제,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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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공휴일을 법으로 규정하고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다음날을 쉬도록 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대체휴일제’다. 안전행정부의 제동으로 법 처리 여부는 정기국회 때나 결정될 듯하다. 그사이 “국민에게 여가활동 기회를 줘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과 “세계적으로 드문 유급휴일제를 시행하는 우리가 대체휴일제까지 도입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반박이 맞서고 있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내수 진작과 서비스산업 육성에 주효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리처드 돕스 맥킨지 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은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라며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했다. 혹자는 이것을 거론하며 “대체휴일은 말도 안 되며 더욱 열심히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돕스 소장의 발언 진의가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 이어지는 발언을 보자. “지금처럼 한국이 미국·유럽에 대한 수출산업 중심의 경제를 유지한다면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저성장 탈피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활성화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필자는 휴일정책이 내수 진작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제의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효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는 생산 측면이 아닌 소비 모멘텀 약화로 인한 내수 부진으로 촉발된 것인 바, 경제 정책은 분명 내수 활성화에 집중돼야 한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생산량만 늘린다면, 결국 기업 재고만 증가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 부담만을 안겨줄 뿐이다. 공급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거시경제 모형이 순환해야만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따라서 휴일정책을 통해 국민의 소비지출과 여가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대한 유효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제 내에 유동성이 순환하게 되면 기업의 매출 신장과 생산 확대의 유인이 발생하며 일자리 창출 및 국민소득 증대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 및 미국이 휴일 확대와 레저산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세계 대공황을 극복한 사례가 있고 일본 및 중국 역시 경기부양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각 해피먼데이 및 골든위크제를 도입해 즉각적인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국내 국책연구기관과 대기업 산하 연구기관들마저도 휴일정책의 강력한 경기부양 효과를 인정하며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형마트 매출이 휴일 수 1일에 따라 6.6~10% 정도 변동된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대체공휴일제의 시행은 임시직 근로자의 소득을 감소시키며 휴일 양극화를 확대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현재의 취약계층은 앞으로도 계속 그와 같은 삶을 영위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불안한 생활이 우려된다면 보다 안정적 경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정책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일각의 "대체휴일제가 공휴일을 늘리는 것”이란 주장도 오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정한 15일(일요일·전국선거일 제외)의 공휴일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인구의 94%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제조업의 66%는 내수 업종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 수출 집중 정책이 추진되며 내수업종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7%를 크게 하회하는 65.4%로 하락했다. 사실상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성장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휴일정책을 통해 내수 및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등 국가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 국가경제 성장 및 국민소득 향상은 물론 취약계층 근로자가 보다 안정적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여건 좋은 계층만 혜택 … 국가경제엔 손실

안희탁
일본 규슈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

최근 쏟아지는 노동 관련 법안들을 보면 인기영합적 정책공약이 너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대체휴일제를 도입해 공휴일을 확대하고 이를 민간에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내용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대체휴일제는 직장인들이 환영할 만한 제도이긴 하다. 제도가 도입되면 꼬박꼬박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특히 그러하다. 많이 놀고 많이 받고 일은 조금만 한다는데 어느 누가 싫다 하겠는가.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여러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를 꼭 도입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대체휴일제는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절박한 민생법안이 아니다. 주 40시간제가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게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실물경제 침체로 경기불황이 예상된다. 어느 민간연구소에서는 올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우리 공휴일 수가 선진국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공휴일 확대는 우리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OECD 국가가 공휴일을 무급 휴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급 휴일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공휴일이 늘면 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 약화를 겪을 것이다. 늘어난 공휴일에 일하지 않아도 100%, 일할 경우 250~350%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휴일 법률화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이나 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서비스 업종에는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우리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가 휴일 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우리 근로자의 휴식권은 제도적으로 선진국 못지않게 충분히 보장돼 있다. 물론 우리의 근로시간이 선진국보다 긴 편에 속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휴일 제도 때문이 아닌,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이나 연차휴가, 금전보상 같은 문제에서 기인한다. 휴일이 제도적으론 충분한데 상황상 못 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휴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대체휴일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의 연·월차 휴가 사용률이 40%대에 불과하니 이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그에 상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을 확대함으로써 소비를 활성하고 내수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휴일 증가로 인한 기업 부담이나 생산 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 손실 등으로 인한 국가 경제적 손실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혜택이 지금도 근로조건이 좋은 기득권층에 집중됨으로써 사회통합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대체휴일제는 우리 사회·경제 현실과 기업여건을 감안할 때 철회되어야 한다. 입법주체들이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치권의 올바른 선택을 기대해 본다.

안희탁 일본 규슈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