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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마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과외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상습적으로 잠 쫓는 각성제를 남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작보된 바와 같이 최근 보사부가 표본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 시내 국민학교의 5·6 학년 아동 중 약 4분의 1이 졸음을 쫓기 위해 「카페나」「아나뽕」등 각성제를 상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중 일부는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심한 불면증에 걸려 다시 수면제를 복용하는 등 웃지 못할 「난센스」를 저지르고 있다고 전해진 것이다.
전문의사의 설명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이들 각성제나 수면제가 그 용법에 따라서는 건장한 성인들에게도 치명적인 해독을 입히는 중독성 의약품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혈압의 급강하나 심장기능의 약화 등으로 응급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또는 수술후의 진통과 과민한 신경성환자들을 위해 오직 의사의 처방으로써만 투약할 수 있는 것이 이들 중독성 의약품의 특징임을 상기할 때 이처럼 독성이 심한 약품을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상용함으로써 입는 해독이 얼마나 가공한 것인가는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그것은 결코 일시적인 부작용의 문제가 아니라 전 생애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문제삼아야 할 것은 도대체 누가 어린이들에게 이처럼 소름이 끼치는 의약품에의 통로를 마련해 줬는가 하는 점이다. 그 제 1차 적인 책임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약품을 한 약국에 있다하겠으나 우리는 그 보다도 더 무거운 책임이 이러한 약품의 존재를 알고 이의 복용을 음·양으로 권장한 학부형들이나 과외공부 교사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사부당국자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부랴부랴 「중독성의약품관리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듯이 들리고 있으나 우리나라 약사행정의 실적에 비추어 그 실효는 처음부터 의문시된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학부형·교사·약사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린이들의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서 본질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국민운동부터 벌여야 하지 않을까 사료된다.
특히 이번 보사부 당국의 조사에서 우리가 지적해야 할 것은 모든 사회조사 방법이 그렇듯이,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한 이번과 같은 조사에 있어서는 그 설문방식과 조사방법의 여하가 곧 뜻하지 않게 조사대상자의 심적 변화를 초래케 하여 오히려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어린이들에게까지 이러한 약품사용에 대한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학교·학부형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시급히 이와 같은 약품사용의 근절을 위한 긴급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긴급대책이 근원이 되어 도리어 이러한 약품복용의 보편화 및 음성화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켜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이점 관계당국자들의 세심한 고려와 함께 이 문제를 너무 「센세이셔널」하게 다루려는 「매스·콤」의 경향에 대해서도 큰 경계가 없을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과외 공부의 광풍을 일소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적 대책을 거듭 촉구하면서 이 문제의 신속하고 세심한 해결을 위해 모든 관계자들의 보다 신중한 중지가 모아져야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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