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데이스쿨,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진학률 분석

중앙일보

입력 2013.04.24 04:04

업데이트 2014.10.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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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립학교는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지난 3년간(2010~2012년) 단과대별 입학생의 36~45%가 사립학교 출신이었다. 절대 숫자로는 공립학교 출신이 더 많다. 하지만 영국 내 사립학교 재학생 수가 전체 학생의 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립학교의 진학률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 사립학교가 옥스브리지 진학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던 셈이다. 영국 보딩스쿨(기숙학교·江南通新 3월 13일자 10~11면)에 이어 영국 사립 데이스쿨(통학학교)의 옥스브리지 진학률을 분석했다.

 영국 언론이 보도한 각종 사립학교 순위와 주요국 사립학교 순위를 매기는 프렙리뷰닷컴(PrepReview.com)을 통해 영국 데이스쿨의 옥스브리지 진학률(최근 5개년 평균)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졸업생 54%를 옥스브리지에 진학시킨 세인트 폴 걸스 스쿨 런던이 주요 순위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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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절반 이상이 옥스퍼드 아니면 케임브리지에 진학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영국 명문 보딩스쿨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튼스쿨(30%)은 물론 1위에 올랐던 웨스트민스터 스쿨 런던(44%)보다도 더 높은 수치다.

 이 학교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발표한 2012년 학교별 A레벨 시험 성적 순위에서도 과목별 평균 280.4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A레벨 시험이란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영국의 대학 입학 시험이다. 최고점인 A*부터 A, B, C, D, E, U, N까지 8등급으로 나뉜다. A*는 300점, A는 270점, B는 240점 식으로 점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에 맞춰 시험을 준비하는데, 옥스브리지에 진학하려면 보통 평균 4~5과목의 A레벨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에서 평균 280.4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재학생 대부분이 A* 또는 A 성적을 받았단 얘기다.

 서동성 edm런던유학닷컴 대표는 “영국 현지에선 A레벨 시험 성적으로 학교 수준을 가늠한다”며 “A레벨 3~4개 과목에서 A 이상 성적이면 옥스브리지 합격이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프렙리뷰닷컴의 데이스쿨 진학률 순위에서 공동 29위에 오른 로열 그래머 스쿨 뉴캐슬과 포츠머스 그래머 스쿨은 졸업생 10%를 옥스브리지에 보냈다. 졸업생 10명 중 한 명은 옥스브리지에 보내야 데이스쿨 순위 30위 안에 들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 학부모가 좋은 특목고·자사고 등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듯 영국인들도 명문 데이스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국에서 가디언(유학생 관리 도우미)으로 활동 중인 이승규 리더스에듀 영국지사 대표는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 부모도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려고 학교 인근으로 이사하는 열성 부모도 적지 않다”며 “어릴 때부터 일대일 또는 소규모 그룹 레슨을 많이 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사교육은 교과목 위주인 한국과는 다르다. 스포츠·음악·미술 등을 통해 인성·사회성·리더십을 함양하는 다양한 자기계발 활동을 중시한다. 이는 영국 사립학교의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다. 사립 데이스쿨도 보딩스쿨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명예를 빛내고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지도층 양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수월성 교육을 시키고, 다양한 팀 활동을 독려해 협동심과 리더십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영국 사람들은 이런 교육의 효과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어 자녀를 이렇게 키우길 원한다”며 “학업에만 치우치지 않고 인성·사회성·리더십과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사립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는 부모는 소수다. 각 학교 정원이 적기도 하지만 학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데이스쿨은 1년 평균 학비가 1만 파운드(약 1700만원)에 달한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대학에서나 시행하던 학비 할부금 제도나 대출 제도가 사립 중·고교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빚을 내서라도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겠다는 부모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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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한편으로는 명문 공립학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공립학교는 학비가 무료다. 이 대표는 “영국 정부가 공립학교 출신의 옥스브리지 합격률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유명 공립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가 발표한 A레벨 성적 순위에서도 공립학교의 약진이 눈에 띈다. 퀸 엘리자베스 스쿨 바넷은 A레벨 평균 성적이 271.9점으로 7위에 올랐다. 이외에 켄드릭 스쿨, 콜체스터 로열 그래머 스쿨, 더 티핀 걸스 스쿨, 페이트 그래머 스쿨까지 총 5개의 공립학교가 A레벨 성적 3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국립 학교는 영국 현지 학년으로 6학년(만 10세)의 9~10월 사이에 학교별로 입학시험이 치러진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영어·수학, 그리고 에세이와 언어 능력, 지능 테스트를 공통적으로 본다. 유학생이 현지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편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영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등 거주지와 유학 명분이 확실해야만 가능하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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