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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Q. 기준금리와 채권 값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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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채권 값이 폭락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A 채권이 뭔지는 모두들 알 겁니다. 대략 ‘얼마를 빌렸고(융자금) 언제까지 갚을 것(만기)이며 이자는 얼마를 주겠다고 명시한 증서’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채권과 금리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는 1년간 1억원을 빌리면서 이자는 4%를 주기로 했습니다. 융자금 1억원에 만기 1년, 이자율 4%인 채권을 발행한 거지요. 이 채권을 사는 데 1억원을 투자하면 1년 뒤 40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세금은 별도겠지만요. 이 채권을 투자자 B가 1억원을 주고 샀습니다. 채권의 초기 가격이 1억원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A사가 채권을 발행하고서 조금 지나 시중 금리가 평균 0.5%포인트 떨어졌다고 합시다. 이는 A 같은 회사가 연리 3.5%에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A사가 앞서 발행한 1억원짜리 채권을 1억1000만원 주고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새로 나온 연리 3.5%짜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전에 나온 4%짜리 채권을 사는 게 더 이익이니까요.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보지요. 먼저 1억1000만원을 갖고 연리 3.5% 채권을 사는 경우에는 얼마를 벌게 될까요. 1년 뒤 385만원 이자가 붙습니다. 그렇다면 A사가 전에 발행한 ‘융자금 1억원, 연리 4%’ 채권을 1000만원 웃돈 주고 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1년 뒤 400만원을 이자로 받습니다. 연리 3.5% 채권을 사는 것보다 15만원 수입이 더 생기는 거지요. 그래서 1억원 주고 채권을 샀던 B에게 다가가 ‘1억1000만원 줄 테니 그 채권을 내게 팔라’고 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는 겁니다.

팔라고 제안을 받은 B로서도 지금 팔아 투자금보다 1000만원을 더 받는 게 이익입니다. 결국 B와 ‘1억1000만원에 사겠다’는 쪽 사이에 거래가 이뤄집니다. 원래 1억원이었던 채권의 값이 10% 오른 1억1000만원에서 결정된 겁니다. 금리가 불과 0.5%포인트 내려간 것이 ‘채권 값 10% 상승’이라는 마술을 부린 셈이라고나 할까요. 바로 이것이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이 오르는 메커니즘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집니다.

 그런데 가만, 이 설명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불충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요. 질문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른 것이 아닌데 왜 채권 값이 폭락했을까’였으니까요.

 여기엔 투자 시장의 생리가 작용했습니다. 채권이나 주식 같은 투자 시장은 경제·경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느 상장 기업이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발표해야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투자자들 상당수가 예견할 때 돈이 몰려 주가가 뛴다는 얘기입니다.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4월 한국은행 금리 동결 발표를 앞두고서가 특히 그랬습니다. 다들 한은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4월에 한 번, 그리고 나중에 한 번 더, 이렇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정도 내릴 거라고들 예상했습니다. 앞에서 봤듯 금리가 내려간다는 건 ‘채권 값이 오른다’는 것과 같은 소리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생각했습니다. “실제 기준 금리를 내리면 채권 값이 뛸 테니 미리미리 사두자.”

 이렇게 판단해 너도나도 채권을 사자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는데도 채권 값이 오른 겁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습니다.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습니다. 이 상황을 제일 처음에 얘기한 회사채의 사례를 적용한다면 이런 식이 됩니다. ‘이자율이 4%에서 3.5%로 떨어질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1억원짜리 채권을 1억1000만원에 샀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채권의 적정 가격은 1억원 그대로인 셈이다. 졸지에 얹어준 웃돈 1000만원을 손해 볼 상황에 처했다’.

 실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채권 투자자들은 화들짝 놀라 채권을 마구 내다 팔았습니다. 채권 값이 뚝 떨어진 건 물론입니다. 이게 바로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4월 11일 채권 시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의 채권 가격 폭락은 채권 값과 금리의 관계, 그리고 투자자들의 예상과 다른 한은의 결정이 빚어낸 결과였던 것입니다.

권혁주 기자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 잘못이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값이 오른다는 큰 줄기는 맞습니다. 하지만 사례를 들어 설명한 부분에 오류가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4% 금리가 3.5%로 떨어졌을 때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땐 금리가 내리기 전에 발행한 원금 1억원, 연리 4% 채권을 1억1000만원 주고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진 뒤 1억1000만원을 갖고 연리 3.5% 채권을 사봐야 1년 뒤 385만원 이자가 붙는데, 전에 나온 ‘원금 1억원, 연리 4%’짜리 채권을 사면 애초에 약속된 이자 400만원을 전부 받을 수 있어 이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투자는 이익이 나지 않습니다. 원금 1억원에 연리 4% 채권은 1년 뒤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억400만원을 돌려받는 것이므로 1억1000만원을 주고 사면 600만원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40만원 웃돈을 주고 1억40만원에 산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계산은 이렇습니다. 1억40만원을 연리 3.5% 채권에 투자하면 1년 뒤 돌려받는 것은 이자를 포함해 1억391만4000원이 됩니다. 반면 ‘1억원, 연리 4%’ 채권을 1억40만원 주고 사면 1년 뒤 원금을 합해 1억400만원을 받습니다. 액면가 1억원짜리 채권을 40만원 웃돈 주고 사는 게 8만6000원 이익이 되는 겁니다. 금리가 내릴 때 채권 값이 오르는 원리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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