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미룬다고 해결되나

중앙일보

입력 2013.04.20 00:02

업데이트 2013.04.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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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원자력협정 개정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의 효력을 일단 2년간 연장하는 쪽으로 양국이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16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린 6차 협상에서 양측은 핵심 쟁점인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과 우라늄 저농축을 둘러싼 입장 차를 끝내 못 좁혔다는 것이다. 미국은 핵확산 우려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둘 다 안 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문제로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이 손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행 원자력협정은 한국에 원자로가 한 기도 없던 40년 전에 체결됐다. 그사이 한국은 23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전력의 35%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세계 5위의 원전대국으로 성장했다.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요구는 정당하다.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이면 국내 모든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를 재처리해 다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다. 자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에너지 주권 확보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핵 없는 세상’을 기치로 내건 버락 오바마 정부의 비확산 노선을 들어 미국이 난색을 표명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북한의 핵 보유에 맞서 한국에서 핵 무장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말로는 한·미 동맹이 ‘린치핀(linchpin·바퀴 축에 꽂는 핀)’처럼 중요하다고 하면서 동맹국을 못 믿는 것은 모순이다. 같은 동맹국인 일본에는 25년 전 허용했으면서 유독 한국은 안 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협정의 효력을 2년 연장한다고 해서 그 안에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호혜적이고 선진적인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방미 때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치적 담판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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