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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맥킨지, "북핵보다 한국 경제가 위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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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놓은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 공식’과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멈춰버린 한강의 기적’은 우리가 모르는 색다른 내용이 아니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는 생생한 현실을 담고 있다. 사교육비와 가계 부채에 짓눌려 중산층이 붕괴되고,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국내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과 LG·현대자동차를 제외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더 이상 ‘한강의 기적’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부는 이런 암울한 분석에 대해 “15년 만에 다시 맥킨지의 ‘공포 마케팅’이 시작됐다”며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구구절절 옳고, 핵심을 찌르는 분석이다. 차마 우리 스스로 내키지 않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맥킨지는 섬뜩한 표현으로 한국에 경고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 “북한 핵보다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게 한국의 진짜 위기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껄끄러운 지적이지만 막상 반박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맥킨지가 제시한 해결책은 평범하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중산층을 복원시키라는 것이다.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대기업들이 ‘삼성고’ ‘LG고’ 등의 직업학교를 세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기업 때리기에 치중해 상황을 나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한 이래 5년째 게걸음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13년 만에 소득을 두 배로 끌어올려 세계 1위(5만6532달러)에 올라섰다. 한국이 서비스업 혁신에 머뭇거린 데 비해 싱가포르는 카지노를 짓고, 교육을 개혁하고, 서비스업을 개방해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 잡았다. 고통스럽지만 해야 할 일을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엇갈린 두 나라의 운명, 맥킨지 보고서의 무서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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