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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서 맴도는 중동|끝없는 분쟁…영원한 해결의 실마리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스라엘」과 「아랍」공화국(UAR)이 「유엔」안보이사회의 결의를 받아들여 『휴전조약 없는 휴전』에 응한 지도 벌써 한달. 그 동안 「유엔」특별총회, 「글라스보로」 미·소 정상회담 등 큼직큼직한 무대가 마련되었으나 20여 년의 뿌리깊은 중동분쟁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조차 엿보이지 않은 채 세계는 허탈상태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다만 「아랍」공화국이 「수에즈」운하 서쪽에 「유엔」휴전감시위원단을 두는데 동의하는 경우 「수에즈」운하 동쪽에 「유엔」감시위원단을 받아들이겠다고 「이스라엘」이 나오고 있어 8일과 11일과 같은 큰 휴전위반 사건이 발생할 위험성은 훨씬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떤 해결책이든 발견해야겠다고 열을 올리던 「유엔」이 제물에 지쳐있으며 사건해결에 막중한 비중을 지닌 미·소가 물에 물 탄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므로 중동분쟁은 원점에서 그냥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4일간의 전격전쟁에서 이긴 자나 진자나 다같이 자체의 고민을 안고있다.
중동전쟁이 제3차 대전의 서전이 될까봐 두려워 어떻게 해서든지 근본적 해결책, 하다못해 일시적 해결책이라도 모색하려고 서두르던 제3국들이 아무런 처방책도 내놓지 못하고 보면 중동전쟁의 재발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24시간 안에 「이스라엘」을 말살하겠다던 「아랍」측은 형편없는 패전을 조금이라도 만회코자 「수에즈」운하 봉쇄, 대미·영 단교, 석유금수와 같은 비장의 무기를 휘둘러보아도 신통한 수를 못보고 있다.
「이집트」의 항구에 정박한 소련 함대로부터 정신적 지원을 받는 가운데 「이집트」의 「나세르」대통령, 「요르단」의 「후세인」왕과 「알제리」의 「부메디엔」이 소「아랍」정상회담을 열고 있으나 「아랍」결속에 얼마만큼 「플러스」가 될지는 두고 볼일. 패전으로 다시 드러나기 시작한 「아랍」세계의 분열은 쉽게 아물 것 같지 않고 강경파의 「이집트」 「시리아」와 온건파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후처리를 둘러싼 이견도 심한 듯 하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우심한 피해를 본 「요르단」의 「후세인 왕」이 미·영·불·「유엔」을 동분서주하면서 자신의 왕위보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것이라든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영의 군사개입이 없다는 것이 판명된 이상 석유금수로 석유「탱크」를 묶어둘 필요가 어디 있느냐』고 금수해제에 나섰다는 보도는 「아랍」권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한편 패전으로 「나세르」의 「아랍」세계에서의 영도권이 크게 약화된 틈을 타서 「알제리」의 「부메디엔」이 그 자리를 은밀히 노리고 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이집트」가 「유엔」휴전결의안을 수락한 후에도 대「이스라엘」전을 계속 하겠다고 버틴 「부메디엔」이고 보면 그의 야심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는 주목거리. 그러나 승리에 도취하고 있는 「이스라엘」에도 두통거리는 있다. 전쟁이 있기 전부터 대「아랍」정책으로 반목을 보이고 있던 「에슈콜」수상, 「에반」외상의 온건파와 「다얀」국방상, 「벤구리온」전 수상 등 강경파의 대립이 그것이다. 「에슈콜」수상은 국난에 임해 할 수 없이 사막전의 영웅 「다얀」장군에 국방상의 자리를 내주기는 했으나 그가 마치 수상이나 된 것과 같은 발언을 일삼고 있다 하여 적당한 기회에 외눈 장군 「다얀」을 제거할 시사마저 비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단결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넓은 점령자의 유지비도 큰 문제이다. 「이스라엘」은 「에반」외상의 이름으로 「유엔」의 「예루살렘 병합취소결의」를 거부하고 있으나 「예루살렘」병합은 「다얀」장군의 독자적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유엔」특총에서의 소련결의안의 부결이 『소련의 패배, 「이스라엘」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부결에 앞장선 미국이 소련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향에서 사태해결을 하려는 뜻을 은근히 비치면서 사후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는 점과 다같이 경제적 난제를 안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배짱을 퉁기는 표면상의 태도와는 달리 속으로는 어떤 형태로나마 타협점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 중동분쟁해결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아닐까. 【신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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