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기대 개교 22년 만에 ‘아시아 톱10’ … 토니 챈 총장이 말하는 급성장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13.04.12 01:26

업데이트 2013.04.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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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여 년 만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된 곳이 있다. 바로 홍콩과학기술대(HKUST)다. 1991년 개교한 홍콩과기대는 10일 영국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아시아 100대 대학’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이번 평가에서 5위에 오른 포스텍(1986년 설립), 10위에 오른 KAIST(1971년 설립)와 비교할 수 있는 대학이다. 역사는 짧지만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경영대학원이 강하다. 이 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은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서 세계 8위에 올랐다. 설립 22년째인 신생 대학이 단시간에 명문대로 성장한 비결을 지난 9일 토니 챈(61) 총장을 만나 들어봤다.

 -고속 성장의 비결이 뭔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질문을 한다(웃음). 세 가지다. 홍콩 속담을 빌리자면 천시(天時)와 인화(人和), 지리(地利)가 맞아떨어졌다.”

 천시는 80년대 말 홍콩의 경제위기를 말한다. 챈 총장은 “중국이 개방되면서 홍콩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공장들이 중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홍콩과기대는 그런 위기 속에서 지식기반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홍콩 정부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홍콩과기대는 홍콩 정부가 재정의 60%를 지원하는 공립대학이다.

 인화는 실력 위주의 교수 임용·평가 시스템이다. 홍콩과기대는 교수를 뽑을 때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e메일을 보내 적임자를 추천받는다. 교수 한 명을 채용하는 데 보통 5~6개의 위원회를 거친다고 한다.

 지리는 홍콩이 가진 지정학적 이점이다. 홍콩은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외국인도 홍콩에서 7년 이상 살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덕분에 홍콩과기대 캠퍼스에선 외국인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대학의 외국인 학생 비율(대학원 포함)은 28.5%다. KAIST(6.7%)나 포스텍(4.5%)보다 높다. 이슬람 학생들을 위한 음식을 캠퍼스 안에서 팔 정도다.

 -홍콩과기대의 강점은 뭔가.

 “국제화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학부생의 3분의 1은 졸업 전에 한 학기 이상 전 세계 200여 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다. 학부생의 20%는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나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다.”

 -국제화가 왜 중요한가.

 “혁신(Innovation)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출신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모이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학교 교수진의 80%는 옥스퍼드·하버드·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영미권의 유명 대학 출신이다. 뛰어난 교수들을 어떻게 불러왔을까.

 “돈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꿈은 MIT 같은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교수들은 그런 비전을 보고 온다. 비전을 주는 게 중요하다.”

 홍콩과기대는 학부와 대학원을 합쳐 30여 개국 학생 1만2000명이 다닌다. 단과대는 공대·경영대·자연과학대·인문사회과학대 등 4개다. 챈 총장은 외형 확대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의대나 로스쿨 등을 만들어 종합대학으로 키울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과학기술대학으로 남고 싶다. 홍콩에서 연구력이 가장 뛰어난 대학이 되는 게 목표다. 대학은 사이즈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계 최고인 미국의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은 한 해 신입생이 200명에 불과하다. 한국의 KAIST도 학생수(약 1만 명)가 적지 않나.”

 홍콩과기대엔 한국 학생이 100여 명 다니고 있다. 캠퍼스에서 만난 이지수(20·여)씨는 공학·경영학 복수전공 1학년생으로 민족사관고 국제반 출신이다. 이씨는 “공학과 경영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며 “미국보다 학비도 싸면서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챈 총장은 서남표 전 총장 시절 KAIST의 자문위원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대학들에 부족한 점이 하나 있다고 했다.

 “국제화가 아직 더디다. 한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 지만 세계 수준으로 가기 위해선 영어 강의 확대가 꼭 필요하다.”

 그가 부러워하는 점도 있었다.

 “한국은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많아 취업 기회가 많다. 교육열도 높다. 한국 대학은 좋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콩=이한길 기자

◆토니 챈 총장은=홍콩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UCLA에서 수학과 교수로 있었으며 미국과학재단(NSF) 부총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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