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뒤숭숭하다. 좀비·바이러스 등이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로 인용된다. 캄캄해 보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투영이다.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영화 ‘월드워 Z(World War Z·감독 마크 포스터)’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 맥스 브룩스의 동명 원작 소설이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50주간 1위를 기록했던 데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영화화에 나서 올 여름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의 얼개는 간명하다. 좀비들의 세상이 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주인공의 활약이 주된 내용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영국 웨일스, 이스라엘 등 지구촌 곳곳이 등장하는데 한국도 주요 배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미국 할리우드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는 ‘월드워 Z’의 3D예고편과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20분 남짓 짧은 분량임에도 박진감 넘치는 영상,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에 박수가 터졌다. 프로듀서 겸 주연을 맡은 브래드 피트도 예고 없이 들러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007 시리즈 제22탄 ‘퀀텀 오브 솔러스’(2008),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 ‘몬스터 볼’(2001) 등을 빚어냈던 마크 포스터(44) 감독을 만났다.
- 원작이 인기가 대단했다.
“소설의 정신을 가져오려고 최대한 애썼다. 원작엔 영화적 내러티브가 많지 않아 이를 상당 부분 보강했다. 조연 캐릭터도 풍성하게 만들었다.”
- 최근 할리우드에서 좀비가 자주 등장한다. 차별화가 관건이다.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다. 리얼리티를 많이 넣으려 했다. 세계적 재앙을 그린 영화다. 오늘날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인구가 늘어나고 자원이 고갈된 지구의 위기를 상징하는 이미지도 많이 넣었다. ‘격변의 시대’엔 늘 좀비물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심리 탓 아닐까.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로메로가 활약하던 70년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브래드 피트와 함께했다.
“멋진 협업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일 뿐 아니라 영화를 고르는 취향도 훌륭해 늘 그와 일해보고 싶었다. 제작과 주연을 겸하는 스타와 일하는 것도 처음이라 더 흥미로웠다. 그의 명성 덕분에 각 도시에서 로케이션 허가를 얻는 것도 쉬웠다. 여성 관객을 끌어 모으는 데 한몫 할 것 같다.”
- 힘들었던 점이라면.
“제작규모가 너무 컸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100% 완벽하게는 불가능했다. 매일 1500명씩 엑스트라를 데리고 촬영을 해야 해 통제가 어려웠다. 군중 속에 있는 주인공을 생생하기 담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이 꼭 필요해 실사 촬영을 고집했다.”
- 개봉이 6개월 미뤄졌는데.
“배급사가 겨울용보다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시장에 내놓길 원했다. 후반작업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다. 엔딩 장면도 다시 찍었다. 더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결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생생하고 훌륭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