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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을 보는 다른 방법, 타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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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동차 경주대회 오토 GP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F1 진출을 꿈꾸고 있다. 작은 사진은 마모수명보증제도에 따라 타이어의 수명을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 금호타이어]

모터레이싱은 ‘타이어의 전쟁터’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로 꼽히는 포뮬러원(F1)을 보면 타이어를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 경기 전부터 전기담요처럼 생긴 보온장비를 활용해 타이어를 꽁꽁 싸맨다. 출발 때부터 타이어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섭씨 60~80도로 달궈 놓기 위해서다. 접지력과 내구력이 각각 다른 타이어를 어떤 타이밍에 갈아 끼우는가는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타이어 문제로 역전을 허용하거나 실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자동차 엔진이 앰프라면 타이어는 스피커’라는 말까지 있다. 아무리 엔진이 좋아도 타이어가 나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의미다.

 타이어업체로서도 자동차 대회는 기회의 땅이다. 미쉐린·피렐리 같은 세계적인 타이어업체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포뮬러원(F1) 등 자동차 경주를 후원하며 대회에 참가한다. 피렐리는 F1 참가를 위해 연간 1000억~1500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이지만 그만큼 효과도 크다. 광고와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스피드의 극한을 다투는 자동차 레이싱은 타이어 기술 개발의 자극제인 동시에 기술력을 증명하는 시험대 구실을 한다.

 금호타이어도 2000년 창원에서 열린 F3에 공식 후원하면서 고급 타이어 제작기술을 끌어올렸다. 직전까지 일본 요코하마 타이어가 물품을 공급하고 후원했던 대회다. 김장현(47) 금호타이어 연구소 레이싱 팀장은 “예전에는 레이싱용 고급 타이어 기술 개발을 위해 F1 등 자동차 레이스 서킷에 떨어진 타이어 조각이라도 구해서 분석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금호타이어는 유럽의 오토 GP를 후원한다. 오토 GP는 F1 바로 아래 단계에 포진한 수준 높은 대회로 3600㏄ 엔진·550마력의 머신이 출전한다. 이 밖에도 금호타이어는 프랑스 랠리 챔피언십, 네덜란드 F3, 중국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 9개국에서 열리는 10여 개의 자동차 레이싱에 참가한다. 향후 F1 후원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레이싱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와 달리 가혹한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서 검증된 기술은 자연스레 일반 타이어의 성능 개선으로 이어진다.

 김재호(45) 한국자동차경주협회 사무국장은 “레이싱 대회 후원을 통해 금호타이어는 초고성능(UHP) 타이어 개발을 위한 고무 배합과 구조 설계 노하우를 빠르게 축적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대회 출전을 통한 기술 개발이 품질 향상의 원동력이 되며 기업 발전에도 보탬이 된 것이다. 금호타이어가 이달부터 마모수명보증제도(Mileage Warranty)를 시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품질보증은 국내 업체 중 최초다.

 김동빈(37) CJ 슈퍼레이스 사업총괄 이사는 “모터레이싱 출전은 때때로 무모한 투자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하지만 무모한 것에 도전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UHP타이어=‘Ultra High Performance’의 약자로 초고성능 타이어를 의미한다. 타이어 편평비가 55사이즈 이하로 밀림이 적어 제동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편평비는 타이어 단면 폭에 대한 높이의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성능이 좋다. 단점은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마모수명보증제도=타이어 구매 후 바닥면이 마모 한계(1.6㎜) 수준까지 마모됐을 때 실제 주행 거리와 보증 거리 간의 차이만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제동과 급정거로 인해 짧아진 타이어 수명을 보증해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타이어 2개 이상 구매 시 최대 6만㎞까지 보증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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