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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북 ‘공짜 점심’ 세금 내야 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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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랑하는 ‘무상 점심’이 ‘탈세 점심’으로 몰릴 처지에 놓였다. 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은 이들 회사 구내식당의 무료 음식에 대해 직원들에게 세금을 물려야 할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IT계의 뛰어난 영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무료 음식 외에도 무료 통근버스와 머리 손질 서비스 등이 있으며, 구글의 경우 직원의 배우자도 이를 누릴 수 있다. IRS와 일부 세법 전문가는 이를 부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입의 일부로 본다.

 플로리다대 법학 교수 마틴 맥머한 주니어는 “회사의 무료 점심은 직원에게 주는 보상의 일부이기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며 “세금 붙은 음식을 사 먹는 나 같은 사람이 구글 직원의 세금을 대신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구글은 전 세계 지사 120여 개 구내식당에서 날마다 5만 끼 이상의 식사를 직원에게 제공한다. 미국 마운틴 뷰의 본사에서는 버섯을 먹여 기른 쇠고기 구이 등 요리의 대부분을 유기농으로 제공하며 한 끼 비용은 8~10달러 정도다. 여기에 세금을 매긴다면 하루에 두 끼를 회사에서 먹는 직원은 연간 4000~5000달러의 추가 수입에 대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반론도 만만찮다. 보상이 아닌 직원 편의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문화라는 것이다. 새너제이 현지 언론인 머큐리뉴스는 “무료 식사는 직원들끼리 만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된다”며 “IRS의 움직임에 샌프란시스코 지역 개발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짜 점심은 IT 선두 기업들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지난해 야후에 새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마리사 메이어도 “야후를 최상의 일터로 만들어 인재를 모으겠다”며 이를 도입했다.

콜로라도대 법학 교수인 빅터 플라이셔는 “지식 산업 종사자들에게 일상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기회는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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