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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나도 이젠 기술 앞세운 조던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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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스터스의 키워드는 ‘타이거 우즈’다. 2009년 스캔들 이후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할지 관심이다. 10일 연습라운드에서도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 로이터=뉴시스]
마이클 조던

“조던이 점프가 낮아졌을 때 페이드어웨이 슛(fadeaway shot)을 했듯이 나도 그럴 것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가 꿈의 무대인 제77회 마스터스의 다섯 번째 그린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우즈는 11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가상의 우승 시나리오’를 밝혔다. 그는 막역한 사이인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50·미국)을 언급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미국 ESPN은 “우즈는 이제 더 이상 1번 아이언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만큼 유연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체력은 강해졌지만 그도 늙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NBC 수석 골프해설가인 조니 밀러(66·미국)는 “조금씩 미세하게 어긋나는 나이 든 올림픽 선수 같던 우즈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우즈는 발끈하지 않았다. 중요한 변화다. 자신의 나이와 유연성을 의심하는 언론의 지적을 예전보다 훨씬 능란하게 받아넘겼다.

 우즈가 빗댄 조던의 ‘페이드어웨이 슛’에는 경기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으르렁거리고 다투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경험도 녹아 있다. 페이드어웨이 슛은 농구에서 슛을 쏘는 순간 뒤쪽으로 점프해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기술이다. 폭발적인 파워와 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과 정반대의 ‘아웃 복싱’이다. 조던이 체력이 떨어진 이후에도 ‘농구 황제’ 지위를 지켰던 비결이다.

 우즈는 전성기이던 2000년 298야드의 드라이브샷 거리(2위)와 75.15%에 이르는 정교한 그린 적중률(1위)을 앞세워 PGA를 지배했다. 올해 드라이브샷 거리는 295야드(26위)로, 그린 적중률은 67.01%(80위)로 떨어졌지만 퍼팅 부문 1위의 지략과 노련함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우즈의 ‘마스터스 루틴’이다. 슬럼프에 빠졌던 지난 몇 년간 우즈는 먼동이 트자마자 새벽에 라운드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결과론이지만 부지런한 게 아니라 조급했던 것이다. 올해는 낮 12시 이후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코스 점검에 나서고 있다. 우즈는 “이렇게 좋은 플레이 감각으로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그린재킷에 다시 도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결의에 차 있다.

 통산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11일 오후 11시45분 루크 도널드(36·잉글랜드), 스콧 피어시(35·미국)와 첫날 티오프한다. 세계랭킹 1위를 다투는 로리 매킬로이(24·북아일랜드)는 12일 오전 2시41분 샷을 날린다. 최경주(43·SK텔레콤)는 잭 존슨(37·미국), 그레이엄 맥도웰(34·북아일랜드)과 11일 오후 10시50분에 출발한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타이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스터스 전 라운드 공식 티켓의 암표 가격이 1만3000달러(약 1473만원)까지 치솟았다. 정상가격인 250달러(약 27만원)의 52배에 이른다. 오거스타에서 수십 년째 살아온 한 교포는 “이런 분위기는 1997년 이후 16년 만이다”고 말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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