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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들이 ‘의원님은 우리 심정 아실 것’하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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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나로 인해 이주민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선택하는 꿈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이자스민(36)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귀화인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의원은 지난해 4·11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정치인으로서 1년을 보낸 그를 10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363호에서 만났다. 이 의원은 “재선을 위한 국회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며 “다문화 가정과 한국을 위해 작은 제도라도 만들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이주여성으로 힘든 가족사를 겪은 뒤, 영화 ‘완득이’ 엄마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의원. 다문화 여성과 청소년 등 소수자 권익을 위해 쉼 없이 활동하는 그는 밝고, 씩씩했다.

 -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나.

 “이주여성이든 장애인이든, 사회적 약자의 꿈은 제한적이다. 다문화 강사나 이중언어 강사가 꿈의 최대치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달 초 ‘꿈드림 학교’를 출범시키고 1기로 신입생 20명을 뽑았다. 한 이주여성 신입생이 ‘자스민 의원처럼 한국에서 공무원도 하고 의원도 되고 싶다’고 말하더라. 이들에게 꿈의 옵션을 넓혀준 거 같아 기뻤다.”

 - 의정활동이 다문화 틀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닌가.

 “나에게 요구되는 일을 하다 보니, 관련 업무가 많다. 하지만 여성가족위뿐 아니라 외교통상통일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재외동포들이 나에게 ‘자스민 의원님은 우리 심정 아실 거 아니예요’하면서 많은 부탁을 해왔다. 그때 알았다. 동포들은 ‘타국의 또다른 나’라는 걸. 할 일이 많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방콕의 탈북자 수용소에 간 적이 있다. 8개월된 임신부가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매트리스 같은 기초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곧 해결됐다. 사소한 일일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 거창한 일만 하는 건 아니니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지원법을 만드는 데 동참한 것도 보람 있었다.”

 - 1년 전 비례 대표가 될 때 새누리당에서 누가 연락을 해왔나.

 “1월 초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을 여성지도자상 수상식에서 스치듯 만난 며칠 뒤였다. 조동성 인재영입위원장이 전화를 걸어 ‘정치에 뜻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리곤 다음 날 점심을 함께했다. 비례대표 얘기는 한마디도 안 하고, 다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다문화란 단어가 또 다른 편견을 낳고 있는 거 같아 아쉽다. 사실은 5000만 국민 모두가 다문화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두 달간 소식이 없었다. 3월 비례대표 발표 하루 전에 다시 조 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신다면 안정권에 넣겠다’고 하더라.”

 - 왜 민주당이 아니고 새누리당인가.

 “민주당으로부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 정치적 지향도 중요한 거 아닌가.

 “나에겐 정치적 노선보다 기회를 주는 것, 실질적 행동이 더 중요하다. 말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학력위조 논란이 있었는데.

 “아테네요 다바오 대학 교수인 친구가 전화를 했다. 요즘에도 ‘생물학과가 의예과(프리 메디컬 스쿨)에 해당하는가’라고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대학홈페이지 FAQ게시판엔 생물학과 학생 100%가 의대에 진학해 왔다는 설명이 올라와 있다.)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될 때를 포함해 모든 이력서에 ‘생물학과 중퇴’라고 기입했다. 과의 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예과 개념’이 어느순간 ‘의대’로 변해서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런 걸 일일이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 이 일로 ‘자스민 허위 공약’이 인터넷에 나돌고 입에 담지 못할 언어 폭력이 이어졌는데.

 “인기도 비난도 폭풍처럼 왔다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뿐이다. 그리고 응원해준 분들이 더 많았다. 남편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많이 했다.(남편 이동호씨는 2010년 피서지에서 물에 빠진 딸을 구하고 사망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아들 승근(고2)이가 SNS로 공격해 오는 익명의 다수와 싸움을 하고 있더라. 혼을 냈다. 하지만 팔불출처럼 내 편만 들어주던 남편의 얼굴이 오버랩돼 든든했다. 기뻤다.” ‘완득이 엄마’가 아닌 ‘승근이 엄마’ 이자스민 의원은 “중1 딸 승연이와 승근이 모두 학급에서 부반장을 맡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글=강인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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