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정한, 너무도 비정한 2013년 한국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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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20대 여성이 대낮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10여 분 동안 걸어다녔다. 지난 4일 지방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누구도 이 여성의 부끄러움을 가려주지 않았다. 경찰이 출동해 비옷으로 치부를 가려줄 때까지 뒤쫓아다니며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차 창문을 열고 대로를 활보하는 여성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여성의 사진과 동영상은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남의 불행을 외면하는 것도 비난받을 일인데 한 술 더 떠 음란한 눈요깃감으로 유포시키는 행태는 기가 막힐 정도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말초적 가학성과 관음증의 극단을 보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웃의 불행을 즐기는 공동체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여성은 정신이 온전치 않아 치료를 받고 있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내 가족 중 누군가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면 쫓아다니며 휴대전화에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불쌍한 여성의 가족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고 한다. 남의 치부를 촬영해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이를 무분별하게 퍼뜨린 행위는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공동체 의식의 현주소를 되돌아볼 때가 됐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갈수록 나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심, 남의 불행을 공감하지 못하는 극단적 불감증을 보이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 교육과 공동체 의식 교육이 시급하다. 이런 황폐한 사회에서는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갖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