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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증여에 보험까지 동원 … 210억 주고 세금 ‘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세청이 4일 밝힌 사례는 부유층의 탈세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능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김모(70)씨는 보험을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씨는 배당금으로 불어난 재산을 증여하려고 자녀 명의의 장기저축성 보험에 210억원을 일시 납입했다. 또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180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했다. 모두 400여억원을 자녀에게 증여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김씨는 또 자신의 회사가 보유한 기계장치를 자녀 소유의 회사에 공짜로 대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기계장치에 대해선 투자세액공제를 받기까지 했다.

 중소기업을 소유한 이모(73)씨는 자신 소유의 회사를 쪼개 아들과 손자에게 나눠주는 편법 경영권 승계를 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생산·소매·도매 세 부문으로 나눈 뒤 생산은 아들에게, 소매와 도매는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양도했다. 이로 인해 ‘껍데기’만 남은 모기업은 수입액이 수백억원대에서 수십억원대로 급감했지만 자녀 소유 법인의 주식가치는 단기간에 수십 배가 뛰었다.

 경영권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사냥꾼’ 박모(50)씨는 사채 자금 800억원을 모아 상장기업을 인수했다. 그는 상장기업에 본인이 보유한 해외 부실기업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해 120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 그는 또 해외 부실기업을 인수한 것을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조작한 뒤 주식을 매각해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한 사채업자는 100여 명의 전주(錢主)를 모집해 1000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자금 위기에 몰린 부실기업에 높은 이자를 받고 사채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는 이 업체로부터 받은 이자 480억원은 자신이 세운 유령회사 20곳으로 나눠 받고는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 대표 김모씨는 ‘모자 바꿔 쓰기’라는 신종 수법을 썼다. 그는 간이과세자로 등록한 후 매출이 늘어나면 즉시 폐업하고 다른 종업원 명의로 다시 간이과세자로 등록했다. 이렇게 해서 31억원의 수입액을 분산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

 김진현 국세청 조사1과장은 “불법 자금이 주가 조작, 불법 도박 등 다른 지하경제 자금으로 활용된 경우 관련인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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