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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장밋빛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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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가 4·1 부동산종합대책에서 허용키로 한 리모델링 수직증축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리모델링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도심 노후주택 정비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전 정부의 ‘새로 짓는 재건축’ 중심에서 ‘기존 집을 고쳐 쓰는 리모델링’으로 선회했다. 수직증축 허용이 이를 상징한다. 건설업계에서 요구해 왔지만 안전 문제로 이명박 정부가 줄곧 불허해 온 수직증축은 기존 건물 위에 몇 개 층을 더 올리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말한다.

 업계는 지지부진하던 리모델링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가구수 제한과 일반분양 관련 규제가 풀렸는데도 사업이 잘 안 된 게 수직증축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리모델링 단지는 기존 가구수의 10%까지를 더 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수직증축이 막힌 탓에 사업이 쉽지 않다고 업계는 주장해 왔다. 현대건설 안영용 부장은 “동 간 거리와 일조권 등의 규정을 따르면 건물을 옆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가구수를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가 수직증축을 반기는 까닭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처장은 “수직증축 허용으로 사업을 다시 들여다보는 단지들이 잇따를 것”이라고 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면 늘어난 가구 중 주민들 몫을 제외한 나머지를 일반분양해 공사비에 보탤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구당 부담금이 평균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수직증축 허용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으로 자산가치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사라진 분위기가 발목을 잡는다. 리모델링엔 가구당 1억~2억원인 공사비만 드는 게 아니다. 공사에 걸리는 2~2년 반 동안 주민들은 살 집의 전세금과 이사 비용을 부담하고 생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건설사가 전세금의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지만 어차피 이자 비용은 주민 몫이다. 2000년대 중반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주민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2011년 5월 리모델링한 서울 도곡동 S아파트 84㎡형은 가구당 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리모델링 전 4억원이던 집값은 6억원이 됐다. 비용을 제하고 5000만원이 남지만 그동안의 비용과 불편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게 주민들의 평가다. 기존 뼈대를 유지하기 때문에 평면·부대시설 등이 새 아파트보다 못한 리모델링 단지의 시세는 10%가량 낮다.

 안전에 대한 불안도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리모델링은 정밀 시공이 어렵고 구조 보강을 확인할 마땅할 방법도 없다”며 수직증축을 불허해 왔다. 이번 에 “안전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안전상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는 남겨놨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 불확실한 것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용이 많이 줄고 집값이 꽤 오를 것이란 확신이 들기 전에는 리모델링이 본격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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