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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이선균·전혜진 ‘러브 러브 러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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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연극 ‘러브 러브 러브’에서 부부로 나오는 이선균(오른쪽)·전혜진 커플. 연기경력 13년을 맞은 이씨의 연극 무대 첫 작품이다. [사진 명동예술극장]

열아홉 청춘 남녀가 첫 눈에 반했나 보다. 1막 막판, 둘은 키스를 한다. 그것도 꽤 오래.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관객으로선 이런 농도 짙은 키스신, 보기 조금 민망하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둘이 부부지. 그래서 자연스러운 거지.’ 근데 좀 있다 보면 또 고개가 갸웃해진다. ‘아니, 부부라면 저런 연기 더 어색하지 않나.’

 이선균(38)·전혜진(37) 부부가 동반 출연한 연극 ‘러브 러브 러브’(마이크 바틀렛 작, 이상우 연출)는 사실 알콩달콩하지 않다. 1967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에 걸쳐 사랑에 빠지고, 지겨워하고, 담담해하는 남녀 관계를 담아낸다. 영국이 원작인 터라 히피, 대처 총리 등 각 시대 영국 사회의 속살도 스며 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제는 세대 갈등이다. 2011년, 노년이 된 두 사람에게 30대 후반의 딸은 이렇게 항변한다.

 “내 얘기만 하는 거 아냐. 내 친구들 다 그래. 우리 나이 때 우리 부모보다 엄청 가난해. 다들 코딱지만한 아파트에서 애들 길러. 부모는 빈방도 많은 저택에서, 돈을 깔고 사는데. 정말 욕 나와. 자기네들만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고 나서는, 사다리를 부숴버렸어.” ‘꼰대’를 향한 젊은이들의 불만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전혜진의 연기력은 탁월했고, 첫 연극 무대에 오른 이선균 역시 선전했다. 하지만 관객이 두 연기자를 극중 인물 켄과 샌디로 받아들일지는 솔직히 의문이었다. 한번 생각해보라. 장동건·고소영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해 부부 연기를 한다면, 아무리 천연덕스럽게 한들 자연인 장동건·고소영의 이미지를 벗겨낼지. 이 연극 역시 그랬다. 근데 그것마저 볼 만하다.

 둘이 무대에서 톡 쏘아 붙이고, 격하게 토해내는 모습에서 관객은 ‘이선균, 전혜진 실제 집에서도 저러고 싸우겠지’라고 연상하곤 했다. 그런들 어떠랴.

 “내가 둘을 좀 안다.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술 마시는지 안다”는 이상우 연출가의 말은 어쩌면 관객의 이런 반응까지 염두에 둔 캐스팅이 아니었을까 싶다.

 커튼콜 때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그건 두 사람이 극중 켄과 샌디처럼 멋지게 늙어가기를, 그래서 가끔은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꾸미지 않고 무대 연기로 승화시킬 줄 아는, 폼 나는 연기자가 우리 곁에 있어주기를 기대하는 박수였다.

 ▶연극 ‘러브 러브 러브’=2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평일 7시30분, 주말 3시. 2만∼5만원. 1644-2003.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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