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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준수 기업엔 보험료 혜택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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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06면

“한국은 화학 선진국이지만 안전 후진국이다.”

문일 한국위험물학회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위험물학회 부회장인 연세대 문일(화학공학ㆍ생명공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일찍부터 산업 현장에서의 화학사고 안전관리 대책을 국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문 교수는 “안전 문제는 쉼 없는 마라톤과 같다. 끊임없이 점검하고 고치고 투자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화학시설에서의 유출ㆍ폭발 사고가 위험한가.
“한국의 수출 1위 산업은 석유화학이다. 세계 2, 3위 규모의 석유화학 시설이 한국에 있다. 주력 산업인 전자산업에서도 독성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한다. 이런 시설에서 산재가 일어난다면 주변 주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안길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도ㆍ시설ㆍ의식 등 총체적 부실이다. 상당수 산업시설들이 1970년대 지어졌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 또 산업현장에서 안전의식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10년간 이른바 ‘규제개혁’이라면서 안전규제가 상당히 완화됐다.”

-가장 시급한 대책은.
“유독물질 유출 사고의 경우 미국의 화학안전 사고조사위원회(CSB)와 같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화학안전위원회가 필요하다. 여기에 예방ㆍ관리ㆍ사후 조사 기능을 맡겨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론 안 된다. 사고가 나면 현장에선 우왕좌왕한다. 관련 부처가 너무 많아서다. 발생 후 1~2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러다 보면 놓친다. 사후 조사도 며칠 만에 나오는 얄팍한 보고서로 끝난다. 미국 CSB의 조사기간은 짧아도 6개월이다. 사고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교훈을 얻어낸다. 한국은 보고서를 공무원 서랍 속에서 묵히는 반면, 미국은 모든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한국에서 똑같은 유형의 산재가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 규제만 강화하면 다 되나.
“인센티브로 기업의 자율 규제를 유도해야 한다. 외국에선 안전 기준을 잘 준수하는 기업은 보험료를 덜 내게 한다. 유화시설의 보험료는 엄청나다. 보험료를 깎아준다면 당장 기업들이 먼저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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