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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다 팔아치우고 잘하는 것 집중해 성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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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22면

스위스 쉰들러는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의 강자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툰다.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 챔피언 스위스 '쉰들러'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

이 회사 알프레드 쉰들러(64·사진) 회장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창업자 집안 출신이다. 그는 1977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2011년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주고 현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강소 중견기업이었던 쉰들러를 오늘날 다국적 대기업으로 키운 비결을 들어봤다.

-젊은 나이에 가업을 이었는데.
“아버지가 76년 돌아가신 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상황을 호전시켜야만 했다. 처음에 쉰들러 그룹은 15개 계열사의 작은 기업집단이었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스위스는 작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제품을 더 좋고 ,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집중이 필수다. 80년대 계열사를 다 팔았다.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었지만 우리가 제일 잘하는 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와 관계가 없으면 매각했다. 그 다음 작은 내수시장인 스위스를 떠나 세계화에 주력했다.”

-왜 쉰들러를 제조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기업이라고 부르나.
“쉰들러 엘리베이터를 하루 10억 명이 이용한다. 1년으로 보면 전 세계 인구의 50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종합병원의 엘리베이터를 예를 들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작동할 수 있겠는가. 쉰들러는 이런 사항들을 먼저 고려해 왔다.”

-창업 140년인데 기업철학이 있다면.
“주식의 대부분(70%)은 쉰들러 가문 소유다. 그러나 쉰들러는 주주 외 종업원ㆍ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선 신뢰성을 쌓아야 한다. 신뢰성은 윤리에서 나온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놓치면 혁신할 수도 없고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주주·종업원ㆍ고객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
“일관된 메시지를 전파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지 말고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한다. 또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패해도 사기를 잃지 않게 배려했다. 이런 메시지가 회사 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켰다. 쉰들러만의 강점이다.”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에 참여한 이유는.
“솔라 임펄스를 창안한 베르트랑 피카르(스위스 탐험가)를 만나보니 우리는 ‘한계를 뛰어 넘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솔라 임펄스는 친환경 기술의 상징이다. 또 창의와 혁신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다. 쉰들러는 앞으로 부의 재분배, 비즈니스의 세계화, 고령화 등 인구 변화, 정보 교환속도 신속화,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시티, 도시화 등 메가 트렌드를 전망한다. 여기에 맞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솔라 임펄스도 그런 일환에서 참가했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독서다. 틈나는 대로 경제 기사나 철학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한다. 또 듣기다. 경영자들은 곧 잘 듣는 힘을 저평가한다. 그러나 듣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견해는.
“74년 전체 매출의 84%는 유럽에서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유럽 46%, 미국 29%, 아시아ㆍ태평양 25%이었다. 앞으로 중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다. 20년 안에 중국ㆍ인도ㆍ아프리카 인구의 70%가 도시권에 거주할 것이다. 한국 서울-인도 뭄바이-중국 홍콩이라는 삼각 지대에 쉰들러 매출의 70%가 발생할 것이다. 중국만 보더라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200개 이상이다. 그래서 중국 상하이에 축구장 40개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는데.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책 네 권을 던져주면 밤새워 공부한 뒤 다음 날 시험을 봤다. 엄청난 양의 정보와 자료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쉰들러 일가가 대주주인데 기업공개를 확대할 의향은.
“유럽의 법엔 주주들에 대한 의무가 까다롭게 규정돼 있다. 대부분의 주주는 주식 보유 연수가 1년 미만이다. 이들을 위해 200페이지 넘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회계사라도 짧은 시간 동안 200페이지 보고서를 소화할 순 없다.”

-한국에서도 쉰들러와 같은 기업을 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 자금 조달을 도와줘야 한다. 쉰들러는 이런 일환으로 다른 스위스 기업들과 힘을 함께 벤처캐피털 지원 자금으로 1억 스위스프랑(약 1163억원)을 기부했다. 지원만으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할 순 없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을 죽인다. 기업가들을 내버려 둬라. 대신 실패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정부의 의무다.”

-스위스프랑이 강세고 건설이 불황인데 어떻게 좋은 실적을 냈나.
“시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보통 3%였고 호황일 때가 5%였다. 지금 3% 수준이다. 중국은 아직도 성장세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 건물이 낡아 엘리베이터를 교체할 때가 왔다. 유럽만이 문제다.”
쉰들러는 한국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지분율 35%)다. 지난 27일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을 반대해 부결시켰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와 법적 소송(신주발행금지 및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진행 중이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사들이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의 분쟁은.
“우리는 단 한 번도 적대적 인수를 한 적이 없다. 합법적으로 인수해 회사를 키워왔다. 해외에서 사업을 키우는 데 적대적 인수합병은 맞지 않는다(현지 여론과 등을 지게 된다는 뜻). 미국 시장도 여러 번 문을 두드린 끝에 79년에야 들어갔다. 우리는 2대주주로서 복잡한 지배구조,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 활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관련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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