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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시리즈 ⑦ 문성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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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동 작은도서관에 모인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보고있다.

작은 도서관 곳곳에 책의 향기와 더불어 사람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책장 사이를 돌다가 만나게 되는 낯익은 이웃의 얼굴이 반갑고 낮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소곤소곤 정답다. 볼일을 보러 간 엄마를 기다리며 잠시 책을 읽는 아이들이 표정에는 불안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어느덧 작은 도서관은 집처럼 편안한 장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천안시 문성동 작은도서관은 2008년 11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복자여·중고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옛 문성동사무소 2층으로 문성 어린이집과 나란히 붙어 있다. 이 곳 도서관은 100.6㎡이며 주요 내부 시설로는 자료열람 코너 12석과 정보이용 PC 3석과 DVD 전용 코너 2석이 갖춰져 있다. 총 8976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사와 문학, 아동도서가 주류를 이룬다. 신간도서는 일 년에 두 차례 6월과 12월에 100~200권씩 채워지며 300점이 넘는 DVD는 고전영화부터 유아를 위한 만화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문성동 작은도서관의 이용객은 하루 평균 30명으로 작은도서관으로서는 꽤 많은 이용객이 드나드는 편이다. 근처에 5개 학교가 밀집해 있어 아동 및 청소년 추천도서가 많고 장애아와 유아를 위한 좌식 테이블이 구비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곳 도서관은 주변이 모두 주택가인데다 저소득층의 자녀들이 많아 방과 후 학원에 가는 대신 도서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몇 시간이나마 책을 읽으며 안전하게 자녀를 머물게 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은 방과 후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는 초등학생들은 대출보다는 잠시 동안 책을 읽다 가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은 아동창작동화와 학습만화를 고학년은 역사책을 많이 열람한다. 80세가 가까운 나이에 한글을 깨쳤다는 할아버지 한 분은 역사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자원봉사자에게 추천 받은 역사책을 대출해 한 번도 반납기일을 어기는 일 없이 책을 읽고 반납한다. 시험기간에는 근처의 중·고등학생들로 북적이고 토요일에는 평일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었던 직장인들로 붐빈다. 종종 헤드셋을 끼고 DVD 감상을 즐기는 주민을 만나기도 한다.

 문성동 작은도서관의 자원봉사자는 박용애(51), 박은경(42), 정인자(42)씨로 하루에 4시간씩 대출과 반납 봉사를 도맡고 있다. 이웃집처럼 푸근한 도서관 분위기를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모두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작은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봉사의 영역과 역할에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며 입을 모았다.

 박은경 봉사자는 옛 동사무소 시절 부녀회 일을 인연으로 도서관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박봉사자는 “바람이 몹시 불던 추운 날, 이웃 학부형이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도서관에 데려온 일이 있다”며 “잠깐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였다가 가라는 배려였다. 모두 잘 아는 이웃들이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 아이처럼 보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박용애 봉사자는 “도서관과 나란히 붙어 있는 문성 어린이집은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이다. 장애아와 비장애아들이 함께 어우러져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남다른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지역의 여건상 작은도서관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서관이라 생각한다. 특히 더운 여름이나 겨울엔 집보다 더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이 되는 도서관”이라고 자랑했다.

이용 정보

개관 월~토(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 일요일, 정부지정 공휴일
대출 1인 5권 2주간
주소 천안시 동남구 복자1길 24(성황동 35-13)
구 문성동사무소 2층
문의 041-522-9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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