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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효의 DVD리뷰] 사이버 스페이스 검투사: 트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ROGRAM NAME: TRON

컴퓨터 아케이드게임회사인 엔콤의 딜린저는 어느날 천재사원 플린이 제작중인 게임들을 몰래 빼내어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한다. 게임들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며 딜린저는 수석부사장이 되지만, 플린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만다. 자신의 오락실에서 엔콤의 컴퓨터를 해킹하여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번번히 마스타 컨트롤 프로그램 (MCP)의 보안을 뚦지 못하는 플린.

딜린저와 그의 MCP의 횡포에 점점 불만을 느끼는 회사동료중 알렌과 로라는 플린의 해킹을 도와주기로 하지만 MCP의 위력은 플린을 사이버공간으로 직접 불러들이고 만다. 플린은 매트릭스의 지배자인 MCP를 물리치고 무사히 빠져나와 자신의 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플린을 불러들인 MCP가 감안치 못한 것은 그가 전자오락의 기록보유자일 뿐만 아니라 직접 게임을 프로그래밍을 한 프로그램 창조유저라는 점이었다.

또다시 사이버펑크인가?

'매트릭스'이후, 싫증날 정도로 보아온 수많은 사이버펑크류의 영화들과 아류작들, 그리고 그에 관한 같은 양의 컬럼들을 접해온 독자들로서는 위의 뻔한 스토리에 벌써부터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소개코자 하는 DVD타이틀은 21세기에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82년, 영화 트론(Tron)은 개봉당시 시대를 뛰어넘는 비주얼과 컨셉, 그리고 제대로 된 사이버스페이스를 보여준 최초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얻지 못한다.

총96분의 상영시간중 오프닝부터의 8분동안과 플린이 사이버스페이스로 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인 30분정도부터 앤딩까지의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과 벡라이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트론은 따라서 실사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분류되어야 할 작품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화려한 특수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덕택에 80년대는 물론 최근까지도 국내 쇼프로그램의 시그널영상으로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같은해 조금일찍 개봉되어 윌리엄깁슨이 자신의 사이버펑크 소설 분위기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말한바 있는 블레이드 러너(BR)가 있긴 하지만 (사이버펑크의 여러요소를 BR이 교과서적으로 담고 있긴 하지만, BR을 최초의 사이버펑크영화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프리츠 랑의 26년작 메트로폴리스역시 BR만큼이나 사이버펑크적임을 상기시켜 보자.) 사이버공간을 통한 사이버펑크를 영상적으로도 완벽하게 재현해 내면서 네러티브에 있어서도 사이버펑크를 완전하게 담고 있는 영화는 트론이 최초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트론

Cosmic Cartoon이나 Animalympics등의 애니메이터 및 애니메이션감독으로 자신의 영화경력을 시작한 스티븐 리스버거는 자신의 스튜디오 로고로 사용키위하여 최초로 트론의 캐릭터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로고는 미전역에 소재한 라디오 방송국들의 광고용으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스타워즈나 죠스등이 보여준 특수효과 및 당시 한참 태동기에 있었던 컴퓨터 그래픽에 주목하고 있었던 스티븐은 트론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서 디즈니를 찾아가게 되고, 새로운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였던 디즈니는 의외로 그를 적극적인 후원하게 된다.

에어리언과 BR, 제5원소등의 영화컨셉을 담당하고 만화가이기도 한, 장 지로 (필명: 뫼비우스)와 역시 에어리언과 BR에서 컨셉과 디자인을 담당하였던 시드 미드가 스토리보드와 의상 및 영화컨셉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라이트사이클, 탱크, 샤크의 모선, 솔라 세일러 및 MCP, 비트나 오프닝과 로긴씬의 CG를 제작키 위하여 MAGI, Triple-I, Digital Effects등의 CG특수효과 회사들, 그리고 출연진들의 벡라이트 에니메이션은 대만소재 쿠쿠스 네스트의 85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 트론이다. (이중, 라이트사이클이나 Recognizer 그리고 게임탱크를 CG로 제작한 업체가 MAGI이며 MCP가 각각의 프로그램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존재로 되고자 하는 것은 이후의 에반겔리온과의 연관관계를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이버공간을 표현키 위한 촬영은 검은 백그라운드상에 흰색의 의상을 입고서 컬러가 아닌 흑백 촬영되었으며 이후 각각의 프레임마다 셀애니메이션과 같이 색깔을 입혀 제작되었다. CG와 함께 영화의 70%이상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된 트론은 따라서 실사합성 애니메이션영화라 불러야 할 것이다.

DVD로서의 트론

국내에서는 '컴퓨터 전사 트론'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어 있는 영화 트론은 98년 미국서 DVD로 출시되었으나, 무엇보다도 LD박스판에 담겨져 있었던 서플들이 전혀 수록되지 않아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얼마전 20주년 기념판으로 재출시된 트론 콜렉터스 에디션은 그런 이미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던 LD박스판을 소장치 못하고 기다려왔던 콜렉터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서플먼트
영화상영시간에 맞먹는 분량의 제작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트론의 탄생과정과 제작스텝 및 출연진들과의 인터뷰를 볼 수 있고 속편으로 기획중인 트론 2.0에 대한 짧은 소개를 접할 수도 있다. 장 지로 (뫼비우스) 및 시드 미드의 스토리보드와 컨셉아트가 담겨있고 영화속에 사용된 수많은 CG들의 이미지와 CG제작회사들의 눈에 익은 데모동영상, 감독의 초기 애니메이션작품들을 잠깐잠깐의 클립으로 볼 수 있다. 그외의 삭제된 씬이나 개봉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 음악들, 그리고 제작스텝들의 코맨터리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콜렉터스 에니션이라는 말이 전혀 손색이 없도록 트론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화려한 메뉴화면도 트론 DVD의 장점이다. (4.7/5.0)

디스크수: 2장
지역코드: 1번
상영시간: 96분
화면비: 2.20:1 (아나몰픽)
사운드: DD5.1
자 막: 영어, 불어, 서반아어지원
서플먼트
- 영화스텝 코맨터리
- Development: 트론의 탄생, 리스버거 스튜디오 로고 동영상, 초기 컨셉, TV동영상
- Digital Imagery: 벡라이트 애니메이션, CG, MAGI 및 Triple-I소개
- Making of Tron: 제작 다큐멘터리 (89분)
- Music (영화개봉시 두 개의 씬에서 사용되지 않은 음악과 해당 씬 수록)
- Publicity: 예고편, 제작사진 및 관련상품
- Deleted Scene: Introduction과 함께 3개의 삭제씬 수록
- Design: 영화속 캐릭터 및 장비들에 대한 디자인 및 동영상수록
- Storyboarding: 스토리보드/영화장면 비교등 스토리보드수록

화질
현실세계에서의 붉은색 샤프니스가 조금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무난한 편이다. 사이버세계에서의 CG는 최근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화질에 손색이 없으나 실사와의 합성부분에선 어쩔 수 없이 색농도가 일정치 못하고 번들거리며 간혹 세로선이 목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수작업된 수겹의 애니메이티드 프레임과, 거기에 더불어 CG와의 합성이 최초에 이루어진 작품이었음을 감안한다면 훌륭한 트랜스퍼라고 볼 수 있다. (4.2/5.0)

사운드
풍성하지 못한 음량은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DD5.1채널의 448Kdps로 녹음된 사운드는 아주 깔끔한 채널분리로 전자음과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Recognizer나 샤크의 모선등이 날아갈 때의 위압적인 저음은 교과서적인 저음을 들려주었던 영화 '컨택트'가 연상될 정도이다.(4.0/5.0)

영화로서의 트론

영화 '트론'에는 두가지 갈등이 존재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공을 가로채인 플린과 엔컴사의 딜린저간의 갈등, 그리고 사이버스페이스에 던져진 프로그래머 혹은 유저로 일컫어지는 플린과 그의 조력자이자 주인공인 트론, 요리, 듀몽, 램과 사이버세상의 독재자 MCP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MCP의 존재는 인간에게는 관리불능의 버그이상은 아니지만 프로그램된대로 따라야만 하는 프로그램들의 힘을 점차 합하여 유저인 인간들에게 대적코자 하는 것은 사이버세상의 프로타고니스트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그자신도 관리할 수 없는 또다른 독립 보안 프로그램 트론이 유저의 편에 있다는 사실이다.

한가지 특이한점은 현실세계의 등장인물들이 가상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등장하며 또한 이들이 현실세계 유저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렌과 트론과의 관계는 여기에 딱 부합되긴 힘들지만...). 엔컴의 수석부사장인 딜린저는 MCP의 넘버1 프로그램 샤크이며 로라는 요리, 알렌은 트론 로라의 상사인 월터는 듀몽 그리고 플린은 자기자신으로 재등장한다 (물론 애초에 플린이 만든 클루가 있었지만 그는 곧 MCP에 의하여 제거된다). 영화의 영상은 현실세계와 사이버세계를 극명하게 갈라놓지만 줄거리는 모든 것이 그대로 연관되어 있다. 플린의 Recognizer의 조종능력이나 죽어가는 요리를 소생시키는 능력 그리고 몇몇 순발력은 유저와 프로그램을 구분키위한 설정이지만, 솔라 세일러위에서의 플린과 트론, 요리간의 대화를 통하여 창조자인 프로그래머와 프로그램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영화 트론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파괴한 프로그램에 의하여 MCP측을 의미하는 붉은색 프로그램으로 변한 플린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가?).

I/O 타워를 통하여 알렌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또 한번 기록당하여야만 MCP를 무찌를 수 있는 트론이지만 그의 도움이 없이는 플린은 현실세계로 나갈 수 없으며 자신의 공을 되찾을수도 없다. 물론 트론의 유저인 알렌도 사이버세상에서의 MCP와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경우 플린과 같은 길을 걸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프로그램과 프로그래머가 함께 할 때, 현실과 가상세계는 모두 구제받으며 더불어 프로그램은 조금 더 인간적이되며 (트론과 요리는 키스할 이유가 전혀없었다.) 유저는 조금 더 프로그램을 이해하게 된다. (앤딩에서 플린이 알렌과 로라를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해보라.)

토이스토리의 존 레세터감독은 인터뷰를 통하여 분명하게 밝힌다. "트론이 없었다면 토이 스토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영화 '트론'은 시대를 앞선 줄거리와 영상을 담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실험적인 작품뒤에서 디즈니를 발견할 때마다 필자는 가끔씩 놀라게 된다.

간판스타로 플린역의 제프 브리지스를 내세웠으나 영화의 주인공은 타이틀처럼 박스라이트너가 맡은 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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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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