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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이젠 가요작곡가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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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가 허공에 빛으로 음표를 그렸다. 그는 “백지영의 ‘싫다’가 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 등에 밀리긴 했지만 대중 가요를 제대로 썼다는 점에선 만족스러웠다. 내친 김에 드라마 음악 감독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에서 작곡가로-. 이루마(35)의 수식어가 바뀌었다. 2000년대 초, 앙드레 가뇽·유키 구라모토·스티브 바라캇 등의 피아노 연주 음악 바람 속에서 20대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등장은 신선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잠잠해진 그 바람을 뒤로 하고 이루마는 가요 작곡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백지영의 ‘싫다’, 2AM의 ‘내게로 온다’ 등을 빚어내며 ‘제2의 음악인생’을 걷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젠 가요 작곡가다.

 “원래 작곡을 전공했는데 피아니스트라고 곡 섭외가 안 왔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연주음악으로 날고 뛰어도 ‘히트곡이 뭔데’라며 얕잡아보는 시각이 있더라. 전에도 가요 작업을 했지만 백지영과 2AM을 계기로 더 활발해졌다. 어떻게 지어도 연주곡처럼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 벗어났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2Face와 함께 ‘마인드 테일러’라는 작곡 팀을 만들었는데, 재미있다.”

 -어떤 점이 재미있나.

 “내가 했던 음악과는 너무나 다르고, 제대로 된 대중음악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음악은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는 음악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음악적 색깔을 가수에게 맞춰야 하고, 제작자의 요구에 맞춰야 하고, 마감을 맞춰야 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긴 하다.”

 -뉴에이지 음악은 침체됐다.

 “트렌드는 변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가짜 피아노로 녹음해서 마스터링도 필요 없이 쉽게 만든 자작곡을 온라인에 올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그러다 보니 연주음악의 질이 많이 떨어졌고 식상해졌다. 몇 년 전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사라져 위협적이고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오히려 반대다. 아마추어들 때문에라도 프로로서 더 좋은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연장에선 팬들이 여전히 반겨주신다.”

 -물티슈 사업으로 100억 매출을 올렸고, 수익금으로 미혼모를 위한 시설을 짓는다는데.

 “원래 기부를 하려고 시작한 사업이다. 그게 생각보다 커졌다. 물티슈 사업을 하다 보니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엄마를 도와주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중소기업청 지원을 받아 우리가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으면 관리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해주기로 했다.”

 -몇 명을 수용하나.

 “허가가 어느 정도 규모로 날 지는 다음 달쯤 되어야 안다. 많이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류창고를 지으려고 매입한 부지 바로 옆에 건물을 짓게 된다. 숙식 공간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를 주려고 한다. 우리는 일손이 필요하고, 미혼모들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니까.”

 -MBC 라디오 ‘골든 디스크’를 진행하는 걸 듣다 보면 ‘이루마가 생활인이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군대·음악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 건 사실이다. 사람 만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아이랑 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섯 살 난 딸아이 목욕도 지금은 내가 시키는데,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최대한 아이랑 시간을 보내는 게 음악적 자극과 영감도 줄 거라 믿는다.”

 -동요에도 관심 많나.

 “많다. 난 아이들이 헤어진 연인에 대한 노래 따위를 부르는 게 너무 싫다. 우리 딸이 백지영의 ‘싫다’를 부르는데, 정말 싫더라. 내가 지은 노래지만 ‘이런 노랜 애들이 부르는 게 아니야’라며 못 부르게 했다. 나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도 노래 가사 먼저 확인하고 아이한테 들려준다. ”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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