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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회지도층의 성 일탈, 해도 너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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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가 20대 여성을 성희롱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첫 한국인 국제집행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한 여성 네티즌은 고 교수의 강의에 감동받아 카카오톡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중 고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가 나체 사진을 보내라고 했고 변태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고 이 여성은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제앰네스티는 고 교수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앞에서는 인권보호를 외쳐 온 지식인이 뒤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해괴망측한 언어 폭력을 가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의식의 단면이다.

 우리는 한 건설업자의 성접대 게이트에 연일 놀라고 있다. 성접대를 받았다고 거명되는 사람들의 명단에 고위 공직자와 사정기관 간부, 대학병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이 포르노 영화에서나 나오는 혼음·난교 파티를 벌였다는 보도는 일반 시민들의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와중에 터진 고 교수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사회지도층에 만연한 왜곡된 성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요즘 일탈행위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의식 수위를 한참 넘어서는 추문이다. 권력·돈·권위를 앞세워 이성을 억압하거나 미풍양속을 유린한 폭력적 행위다. 부끄럽고 개탄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반사회적인 성격마저 띤다.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의 망동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전근대적인 성희롱·성폭력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그릇된 성문화는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성 역할과 성 일탈의 기준이 급격히 바뀌었는데 일부 지도층의 인식은 과거의 가부장적인 문화, 성매매가 허용되던 세상에 머물러 있다. 각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망신과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고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은 “고은태씨, 저만한 자식 있으시죠. 저한테 그러셔도 되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사회지도층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건전한 성의식과 가치관을 갖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