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정희 시대 '숲'을 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담론들을 보면 각도와 방향은 달라도 문제의식은 똑같다. '기릴 것인가, 넘을 것인가''기념할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골간을 이룬다. 의제를 설정하는 주체도 학계가 아니다. 정당과 일부 언론의 재평가 작업에 학문이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박명림 연세대(정치학.사진 (左))교수가 우리 학계의 박정희 연구 실태를 검토한 결과를 담은 논문 '박정희 시대 연구의 과제와 전망'에서 내린 진단이다. 논문은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소장 정성화)가 17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박정희와 그 시대'라는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거 2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실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때문에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입장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크게 갈린다. 그래서 박 교수는 "학계는 이제 현실 논리와 양극적 담론과 거리를 둠으로써 이분법을 극복해야 할 때"라며 "박정희 시대를 '끌어안고, 넘어야 할 대상'으로 잡고 미래를 위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학계의 박정희 연구에 대해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다섯 가지. 실증과 자료는 빈약한데 해석이 지나치게 많고, 자료 수집과 정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연구자의 시야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너무 좁다는 것 등이다. 예컨대 19세기 이래 한국의 지정학적 국제정치적 위상과 국가 상실의 경험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일영 성균관대(정외과.(右))교수는 '박정희 시대 연구의 쟁점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양립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병행 추진한 예는 찾기 어렵다"며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는 자본주의적 경제발전과 권위주의적 발전국가 사이에 '선택적 친화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명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