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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애국가에 화답한 연아의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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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장 연아, 화답의 갈라쇼 턱시도, 넥타이, 중절모…. ‘피겨 퀸’ 김연아가 18일 캐나다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 갈라쇼에서 남장을 하고 등장했다. 배경음악은 캐나다 출신 가수 마이클 부블레의 ‘올 오브 미(All of me)’였다. 김연아는 “이 곡을 택하면 관중이 다 함께 즐길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러준 합창단을 비롯한 캐나다 팬들에 대한 답례였다. [런던(캐나다)=뉴시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중요한 고비마다 김연아(23)가 가장 경계했던 적수는 아사다 마오였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아사다만 염두에 두고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

 김연아가 ‘피겨 퀸’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선수권대회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10대들의 약진이다. 톱 10에 10대 선수가 6명이나 포진했다. 무라카미 가나코(당시 18세·일본)와 장커신(당시 17세·중국) 2명만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지난해 세계선수권과는 다른 양상이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터진 셈이다. 그레이시 골드(6위·18세·미국)와 리쯔쥔(7위·17세·중국)·케이틀린 오스먼드(8위·18세·캐나다)·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0위·17세·러시아) 등 대부분 올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패기를 앞세워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골드와 오스먼드는 동갑내기 라이벌이다. 두 선수 모두 외모가 출중하고 기본기도 탄탄하다. 오스먼드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힘과 리듬감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무감점의 ‘클린’ 연기를 펼쳤다. 골드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5위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오스먼드를 눌렀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오스먼드와 골드처럼 기본기가 좋으면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며 소치 올림픽 기대주로 꼽았다.

 중국의 17세 신예 리쯔쥔도 돋보였다. 그는 프리 스케이팅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청순한 외모만큼이나 우아한 연기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기립박수를 받은 건 김연아와 리쯔쥔뿐이었다.

 툭타미셰바도 다크호스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오며 체형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 소치에서는 개최국 이점을 노려볼 만하다. 10대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성장하는 시기라 방심할 수 없다.

 김연아는 19일 귀국해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간다. 올림픽에서 연기할 프로그램은 오는 10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소치 겨울올림픽은 내년 2월 7일 개막한다. 앞으로 325일,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gn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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