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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경제재건 '산 넘어 산'

중앙일보

입력

하미드 카르자이(사진) 수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가 22일로 출범 한달을 맞는다.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과도정부는 치안유지.종족화합.경제회복이라는 3대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전쟁과 내전으로 드리워진 무질서와 가난의 20년 그림자가 한달 만에 걷혀지기를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로켓포와 소총으로 무장한 1만여명의 병사가 최근까지도 카불 거리를 활보하며 약탈과 살인을 일삼아 무법천지를 방불케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카불엔 3천명의 과도정부 경찰이 있다고 하지만 절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데다 전문적 훈련을 받지 못해 치안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북부동맹 병사들에 대한 무장해제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고,유엔 주도의 다국적 보안군(ISAF) 배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지방에선 여전히 군벌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부의 마자르 이 샤리프를 근거지로 한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말 한마디는 인근 지역에서 '법'으로 통한다. 헤라트.파라.님루즈 등 아프가니스탄 서부 5개 주를 지배하고 있는 이스마일 칸은 이란과 접촉 중이라는 설도 들린다.

남부에선 굴 아그하, 동부에서는 압둘 카디르가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군벌간 세력 균형이 깨질 경우 또 다른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2천5백만명의 인구 중 70%가 식량부족으로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경제 재건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카르자이가 기댈 곳은 국제원조뿐이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1, 22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회의에서 카르자이의 호소가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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