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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복지서비스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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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서초구에서 하고, 양육은 강남구에서 하되, 노년은 송파구에서 보내라.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복지정책 핵심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흔히 강남3구라고 묶여 불리지만 각 자치구 주민은 이렇게 다른 복지환경에서 산다. 만약 강남구 주민 중 형편이 좀 어려운데 자녀가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 구청이 요구하는 몇몇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에 한해 1년에 최대 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송파구에서는 한 푼도 받을 수가 없다. 두 자치구의 교육복지정책 차이가 빚은 결과다.

 자, 그렇다면 각 자치구가 구민에게 제공하는 복지정책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출산부터 보자. 만약 고를 수만 있다면 출산은 가급적 서초구에서 하는 게 좋다. ‘맘 앤 베이비 누리사업’ 때문이다. 서초구 주민이라면 병원에서 아이 낳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해당 산부인과의 간호사가 직접 찾아와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체크해주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기저귀와 육아책자 등 출산 축하 선물도 받는다. 번거롭게 따로 신청할 필요도 없다. 출생신고만 하면 3개월 이내에 사전 약속 후 방문한다. 모두 무료다. 반포에 사는 김채연(31·여)씨는 “지난해 첫애를 낳은 후 모유 수유를 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간호사가 방문해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약 다둥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서초구가 더욱 좋다. 출산장려금 액수가 강남 3구 중 가장 높기 때문이다.

 출산까지는 서초구가 단연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보육부터는 달라진다. 각 자치구가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 더 낫다고 선뜻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강남구의 ‘365일 24시간 전일시간제 보육시설’이 실용성 면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보육 서비스는 둘째, 혹은 셋째 아이부터 적용하지만 강남구는 첫째부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65일 24시간 전일시간제 보육은 설날·추석을 제외하고 연중 무휴 24시간 육아를 지원해주는 서비스(1544-8256)다. 시간당 3000원이며 한 달 동안 최대 96시간까지 가능하다. 원하면 식사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한 끼당 1000원으로 저렴하다. 지난해 8600명이 이용했다.

 강남구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교육복지다. 구청에서 주는 장학금이 있다. 대학생은 연간 400만원(학기당 200만원)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좀 까다롭긴 하다. 일단 가구 소득이 낮아야 한다. 재산 1억원 이하에 한 달 소득이 232만원(4인가족 기준)보다 낮아야 한다. 또 1년 이상 강남에 거주해야 하며 학점은 3.0(4.5 만점 기준) 이상 받아야 한다. 지난해 531명이 이 장학금을 받았다. 서초구는 다자녀 가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50명씩 각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나이 든 노부모를 봉양하는 사람에겐 송파 경쟁력이 최고다. 만90세 이상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에게 효행장려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5년 이상 3세대가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다면 누구든 연 2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이춘복 송파구 노인청소년과장은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90세 이상 노인 부양이라는 게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복지를 점점 더 강조하고 있지만 강남3구에선 오히려 혜택이 뒷걸음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강남구의 출산장려금이다. 지금은 서초구가 가장 많지만 2010년만 해도 강남구가 단연 1위였다. 둘째 1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1000만원, 다섯째 2000만원, 여섯째 이상은 3000만원이었다. 자녀 7명을 낳으면 총 1억원이나 받는 셈이었다. 그러나 2011년 예산 부족으로 출산장려금을 대폭 깎았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이 삭감된 실질적인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재산세 공동과세제도 시행, 정부의 재산세율 인하조치 및 서울시세 징수교부금 배분기준 변경 등으로 지방세로 들어오던 세원이 국세로 넘어가 강남구 재정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남구는 댄스 페스티벌 등 축제성 사업과 1000여 개에 달했던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400개를 줄였다. 독서 분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반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을 연계한 상호 대차대여제를 2011년 12월부로 종료했다. 과거 강남 학생들은 멀리 다른 동에 있는 학교의 소장도서를 빌려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니는 학교 도서관 책만 볼 수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에는 강남구가 학교 도서관을 운영했지만 학교도서관지원법으로 각 학교가 직접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예산절감 효과를 노린 게 더 크다. 강남구는 과거 학교 도서관 운영을 위해 각각 연간 4500만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학교 도서관 운영권을 학교로 넘긴 뒤로는 지원비 명목으로 1500만원만 지원한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서초구에서는 2012년부터 두 자녀 가정은 월 40시간, 세 자녀 가정은 월 100시간까지 돌보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왔으나 올해부터 80시간으로 줄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잇따른 무상보육 확대로 인해 각 자치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현재로서는 전보다 나은 복지정책을 제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서초구는 최근 정부 및 서울시에 ‘5월부터 양육수당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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