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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0곳 불법 주정차 단속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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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주차 단속합니다. 이 차 빨리 빼세요.”

 “아니, 이게 왜 불법이에요. 진작에 경찰이 허락한 겁니다. 이 앞에 차 세운 걸 불법주차로 단속하면 여기 가게들은 다 어떻게 장사하라는 겁니까.”

 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충신시장 앞. 주차 단속 과정에서 서울시 단속요원과 상점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화공약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언제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트럭에 실어야 한다”며 “무거운 물건을 싣자면 가게 바로 앞에 차를 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의류시장과 가까워 원단가공업체와 봉제업체·배달업체 등 관련 업체들이 밀집한 이곳에는 배달용 소형 트럭과 오토바이가 인도에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오토바이로 배달업을 하는 손흥기(63)씨는 “주정차 단속도 지역 실정에 맞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렇게 무조건 단속하면 생업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상습적으로 불법 주정차가 벌어지는 200곳을 선정해 집중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당분간 계도 활동을 벌인 뒤 다음 달 4일부터 본격적인 주정차 위반 단속에 들어간다. 한 번 적발된 차량에 대해 과태료(승용차 4만원, 승합차 5만원)를 부과하며 부과 후 2시간이 더 지나면 과태료 1만원을 추가한다.

 이용우 서울시 주차단속팀장은 “앞으로는 상시 단속을 하기 때문에 위반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방침이 알려지자 해당 지역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행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대치동 학원가에도 불똥이 튀었다. 학원 통학용 학부모 차량 탓에 이 일대 교통이 혼잡하다며 단속 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산본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딸을 대치동 학원에 실어나르는 학부모 이모(45·여)씨는 “밤 10시 넘어 학원이 끝나는데 늦은 시간에 위험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기 어렵다”며 “통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오래된 주택가도 문제다. 동숭동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차은희(32·여)씨는 “30세대가 사는데 주택 주차장은 6대만 가능하다”며 “주차 시설을 확충해 주지 않고 단속만 앞세우면 서민들이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박찬훈 서울시 교통지도과 북부지역대장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생업도 물론 중요하다”며 “그러나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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