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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불황에도 설비 증설… 2억달러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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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티엠씨의 송무현 회장은 “특수 케이블 분야에도 진출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선박용 전선을 생산하는 티엠씨는 3년 연속으로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매출 3831억원을 기록해 전년(2515억원)에 비해 50% 넘게 급성장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 20일 서울 남창동 티엠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송무현(65) 회장은 “선제적 대응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무진이 ‘지금 있는 생산설비도 남아돌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2011년 말 충남 천안에 위치한 기존 공장 인근에 1만2000㎡(약 36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했다”고 소개했다. 드릴십이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같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주문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설비를 늘리면 이미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식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플랜트 수주는 총 658억 달러로 2011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티엠씨의 수출도 늘었다. 티엠씨는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지 4년 만인 지난해에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송 회장은 “선박용 전선은 배의 혈관과 같다”며 “외부와 단절된 바다 한가운데서도 안전하게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내연성·내화성 등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납기 속도나 사후 관리에서는 대기업도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했다.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경영진이 업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대우중공업·진로산업(현 JS전선) 등을 거치면서 조선과 전선 분야의 경력을 쌓았다.

 티엠씨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송 회장은 “오랜 세월 동안 직원들과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때 회사가 18억5000만원을 못 갚아 부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현장 직원 대표들이 “보너스를 모두 반납하겠다”는 전 직원의 서명을 받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눈물이 핑 돌았다”며 “회사 사정이 나아진 뒤 직원들에게 몇 배로 되돌려 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을 통해 노사 간의 믿음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마찰이 생기지 않았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도 밝혔다. 송 회장은 “회사가 세운 결정을 한시라도 빨리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한데 아직도 정책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커 가면서 공장을 증축하려 해도 부지 설정부터 난관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하지만 너무 많은 법 제도가 발목을 붙잡는다”며 “대기업에 비해 이 같은 장애물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견기업들을 위해 조금 더 일사불란한 지원책을 펼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친구들은 나보고 성공했다고 하지만 아직 꿈이 많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계속 강화해 특수케이블 분야 등 새로운 먹거리 찾는 것도 그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경기도 판교에 짓고 있는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새 사옥에 연구소를 하나 더 만들 예정이다. 고급 엔지니어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다. 송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연구개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면 내년에 매출 5000억원, 2020년이면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가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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