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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현오 실형,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단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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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번 판결은 공직자,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수사기관 간부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가 어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이유는 분명하고 단호했다. 책임 있는 경찰간부로서 근거 없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엄격히 단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일반인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과 피고인의 발언은 차원이 다르다”며 조 전 청장 발언과 이후의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국민들에게 끊임없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일선 기동단 팀장급 398명이 참석한 공식 강연에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백 명 앞에서 그 정도 발언을 했다면 이 판사의 지적대로 근거를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데도 조 전 청장은 근거를 공개하지 않은 채 “차명계좌 발언은 사실”이란 입장만 거듭 확인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 유력 인사로부터 강연 전에 직접 들었다” “검찰이 숨기고 있는 수사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오히려 진실을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무책임하고 경솔한 고위 공직자의 말은 사회적 혼란을 빚고 큰 후유증을 남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해서 자극적인 허위 발언을 서슴지 않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조 전 청장은 자신에게 의혹을 발설한 검찰 인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금이라도 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언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을 부풀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