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체를 읽는 거장들 조각경연

중앙일보

입력

조각의 역사는 인체조각의 역사라고 할만큼 인체는 주제와 소재로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모더니즘과 추상화(抽象化) 의 흐름이 대두하면서 인체조각은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럼에도 형태로서의 인체는 여전히 많은 조각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었고 표현의 대상이었다.

형식 자체에 대한 탐구가 아무리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미학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인체를 배제하지는 못했다.

사실 인간의 예술활동이 인간을 주제와 소재로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예술가에게 창작동기를 부여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는??그래서 오귀스트 로댕(1840~1917) 은 "중요한 것은 감동을 받고, 사랑하며, 소망하며, 요동하며 사는 것이다. 예술가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했는지 모른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현대조각과 인체'전은 20세기 거장의 인체에 대한, 인체를 통한 해석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은 로댕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호안 미로.앙트완 부르델.아리스티드 마이욜.장 아르프.알베르토 자코메티.막스 에른스트.헨리 무어.세자르 발다치니.조지 시걸.데이비스 스미스.이사무 노구치.조엘 샤피로.루이스 부르주아 등의 인체 조형작품 22점. 호암미술관 소장품에 극소수 개인소장품을 더했다.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던 인체가 현대미술의 조류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고 해석됐나를 거장의 조각을 통해 살피고자 했다"는 것이 삼성미술관측의 기획의도다.

갤러리에 들어가면 입구의 파빌리온에서 상설전시 중인 로댕의 '지옥의 문''칼레의 시민'등을 만날 수 있다.

고전주의적 조각을 마감하고 격정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새로운 인체표현으로 현대조각의 시대를 연 대표작들이다.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와 마이욜의 '꽃의 요정' 등은 자신들의 선배인 로댕의 영향을 벗어나 오히려 고전적인 이상주의로 복귀한 경향을 나타낸다. 화가로 잘 알려진 모딜리아니의 인물두상'무제'는 아프리카 조각의 원시성, 그리스 이전 고대조각의 소박미를 함께 담고 있다.

합리주의 전통을 거부하고 무의식의 세계를 추구했던 미로와 에른스트.아르프 등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은 인체를 왜곡, 변형시킨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전쟁을 전후한 불안한 시대상황속에 등장한 자코메티의 길고 야윈 인물상'거대한 여인Ⅲ'은 인간의 실존적 현실과 내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꼽힌다.

헨리 무어의'모자상'은 조각의 내외부를 관통하는 구멍과 유기적인 형태로 인체조각의 추상화를 가속시킨 작품.

무어는 고대 멕시코의 인물조각과 영국 낭만주의 전통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자르의'브리짓 나딘'은 고철 쓰레기를 용접해 만든 기괴한 반인모습이다.

조지 시걸은 모델의 몸을 그대로 본 떠 일상생활의 한 장면을 나타냈으며('러시 아워') , 부르주아는 '밀실 ⅩⅠ'에서 인체를 해체.파편화함으로써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미스와 노구치의 작품은 추상조각이지만 확고한 수직성으로 인체형상의 잔재를 보여주며 샤피로의 조각은 명백히 미니멀리즘에 속하지만 여전히 인체의 동세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송미숙 성신여대 교수는 "19세기까지의 조각가들이 인체의 외형 및 내면정신의 조화와 질서를 추구한 반면, 20세기 조각가들은 다각적이고 복합문화적이고 해체적인 시각을 도입함으로써 보다 확장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부대행사로 관객이 전시작품을 직접 드로잉해보는 '갤러리 드로잉', 전시장에서 열리는 '로댕갤러리 음악회'도 열린다.

2002년 2월 24일까지.입장료 어른 4천원, 초ㆍ중ㆍ고교생 2천원으로 호암갤러리의 '아트스펙트럼 2001'전도 연계 관람할 수 있다. 02-2259-7781.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