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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5차 핵실험 해도 협상력 안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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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얼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소련의 붕괴를 예로 들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이 아니라 4차, 5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능력을 높인다고 해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국가가 되고, 그것(핵)으로 국력을 소모하게 되면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붕괴까지 거론할 정도로 강한 톤이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며 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오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당선인은 ‘헬싱키 프로세스’와 유사한 ‘서울 프로세스’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헬싱키 최종 협약(Final Act)이 체결된 이후 동구권 국가가 붕괴된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헬싱키 최종 협약엔 동·서 상호불가침 내용도 담고 있었지만, 서구의 동구에 대한 경제지원 등 많은 현안에 인권문제를 결부시켜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금 동북아국가 간에 갈등이 많은데 유럽에서의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경험이 어느 정도 동북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주요 국가의 양자관계 발전을 3각협력과 동북아 다자협력, 유라시아 협력과 연결시켜서 신뢰구축과 경제협력을 병행해 추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중·일 등의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인권문제 등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지금의 6자회담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발언이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지만 초점을 ‘대화’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강력한 억제에 기초한 것이지 유화정책이 아니다”라며 “도발은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되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확실한 기회와 지원이 따를 것이라는 신뢰를 만드는 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중요한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뢰 프로세스에 큰 변화는 없지만, 북한이 찬물을 끼얹고 어깃장을 놓으면 그것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실행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21일 북한 핵능력 확장에 대비한 한·미 간 협의체인 확장억제위원회(EDPC)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따른 군사적 대응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과 마크 리퍼트 미 국방부 아태 차관보가 만날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 완성할 억제전략에 북한의 핵사용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선제 타격하는 방안을 포함시키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말 북한의 핵사용 움직임이 명백할 경우 선제 타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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