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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19%↑ 달아오른 동남아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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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동남아 주식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주가지수가 올 들어 한 달여 새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호찌민 지수는 올해 19.4%, 인도네시아 JKSE지수는 14.3% 올랐다. 한국처럼 뱅가드그룹이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만 3.6% 하락했다.

 동남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 또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동남아 펀드는 올 들어 12일까지 평균 5.7% 수익을 냈다. IBK자산운용의 ‘베트남플러스아시아’ 펀드는 수익률이 16.3%, 삼성자산운용의 ‘아세안’ 펀드는 10.3%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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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수익률을 봐도 대부분 펀드가 40% 이상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호성적에 힘입어 올해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5760억원이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동남아 펀드로는 188억원이 들어왔다. 외국인들도 동남아에 주목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초부터 지난 12일까지 인도네시아 주식을 10억27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동남아 주식 강세는 이 지역 국가의 탄탄한 경제 성장에 기반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5개국이 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8.2%)과 인도(5.9%) 다음가는 수치다.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건 내수 소비 증가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과 사이가 나빠진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외국 기업들의 입성으로 인해 이 지역 소득이 늘고 소비가 확장되는 추세다. 소비 증가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에서는 자동차 271만 대가 팔렸다. 전년보다 48% 늘어난 수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마트의 매출은 2011년 대비 지난해 23.5%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연구원은 “동남아는 임금이 오르는 데다 주력 소비계층인 20~44세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소비 확장과 이에 따른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 주가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졌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의 김성준 선임은 “현재 동남아 주식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로 역사적 평균인 14.4배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김 선임은 “이 지역 PER이 14.4배가 되려면 주가지수가 지금보다 12% 상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남아 소비 증가의 덕을 볼 국내 주식들도 있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동남아 밀폐용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락앤락, 인도네시아 조미료 시장 1위인 대상, 라오스에서 현대·기아차를 수입 판매하는 한상(韓商) 기업 코라오홀딩스 등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중국 인건비 부담이 커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이 동남아 쪽에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 베트남에 공장을 둔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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