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횡령 혐의 서남대 설립자 병보석 취소 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3일 학교 공금 100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5·사진)씨에 대한 보석 허가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이 법원의 보석 허가에 대해 취소를 청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는 6일 이씨가 스탠스(혈관 확장) 시술을 이유로 낸 보석 신청을 허가했었다.

 검찰은 “(보석 사유였던) 스탠스 시술이 끝났으니 보석 허가도 취소해야 한다”는 점을 취소 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스탠스 시술의 경우 통상 일주일 정도면 치료가 끝난다. 이씨는 보석으로 풀려난 당일인 6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고, 옥중에서도 매일 팔굽혀펴기를 할 정도로 건강한 피고인을 풀어줬다”며 “보석이 취소되지 않을 경우 광주고법에 대한 항고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원 중인 이씨는 “소화가 잘 안 된다. 두통이 있다”며 소화기 계통과 머리 등의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전국에 학교법인 7개와 대학 6개를 운영하면서 교비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남대 총장 김모(58)씨, 신경대 총장 송모(58)씨, 법인기획실 한모(52)씨 등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이씨와 학교 관계자 등이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이씨가 설립한 학교재단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서남대 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는 13일 교육과학기술부를 방문해 “이씨의 보석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며 법원의 보석 결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전남진보연대와 광주진보연대도 성명서를 통해 “보석을 허가한 판사는 이씨의 사위인 서울고법 판사와 동향 출신에 사법시험 동기라는 점에서 의혹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는 1977년 학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 차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40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처음 구속된 98년에는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3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2007년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평소 학교 관계자들에게 “나는 곳곳에 인맥이 많다. 누구누구 판사와 절친하다”는 등의 말을 공공연하게 해왔다고 지인들이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구속되기 직전에도 “최악의 경우에도 고법에서 집행유예로 나온다. 그러니 수사에 협조하지 마라”며 주변을 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보석으로 법조계와 정·관계 로비 가능성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지난해 말 기소 당시 확인된 횡령액 1004억원 중 개인적 용도로 쓴 120억원과 나머지 250억원 중 상당 부분이 로비 자금 등에 쓰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이씨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조사에 응하지 않아 횡령한 돈의 출처나 용처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214억원은 병원 운영비 등에 쓰고 교직원 대출금 상환에 284억원, 대학 부지 구입에 71억원, 기획실 운영에 44억원, 학교 사건 관련 소송비로 15억원을 사용했다.

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