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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스마트 그리드 센터’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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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 에너지 통합운용센터는 핀란드 연구단지와 세종시 등의 전력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13일 손진수(맨 왼쪽) KT 스마트그리드 개발단장과 연구원들이 장소별 에너지 사용·절감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410㎡ 넓이의 고요한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에는 각종 그래프와 세계 지도가 띄워졌고, 지도에는 북유럽의 핀란드, 미국 뉴욕, 한국 세종시, 서울시 같은 도시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이 장소들 위로는 전력 소비량·절감량 같은 수치들이 30초~1분 단위로 집계된다. 북유럽의 최대 연구단지인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의 이번 주 전기 사용량이 지난주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이마트 지하1층 식품매장 초밥 코너와 우유 코너 중 어디에서 냉방용 전기를 더 쓰는지를 이곳에서는 클릭 한두 번이면 즉시 볼 수 있다. 국경과 시차를 뛰어넘어 세계 각지의 에너지·온도·난방 같은 상황을 체크하고 또 제어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불과 두세 명 정도.

 13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KT 에너지 통합운용센터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연구·적용하는 곳이다.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는 아직 국내 소비자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홍원기 KT 종합기술원장이 설명하는 개념은 간단하다. “이번 달 스마트폰 음성 통화와 데이터를 얼마나 썼고 무료 사용량은 얼마 남았는지, 휴대전화로는 즉시 확인하고 ‘요금폭탄’도 피해갈 수 있잖아요? 내 사무실이나 가정의 전력 사용도 그렇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요금 아끼는 법도 알려주는 거예요.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도 국민의 알 권리 중 하나거든요.”

 강추위에 전기장판과 온풍기를 사용하면서 마음 한쪽으로 ‘누진세 요금이 부가되면 어쩌나’ 싶었던 주부라면 귀가 솔깃할 얘기다. 가정 고객에게는 ‘누진세 다음 단계 적용까지 20kW 남았습니다’라고 미리 알려주고, 공장주에게는 ‘자동화 공정은 전기요금이 싼 밤 11시에 돌릴까요?’라고 조언하는 것은 기본 단계에 속한다. 또 빌딩에 입주한 기업엔 ‘현재 건물 중간층과 꼭대기층 실내온도 차가 크니 층별 전력을 조절하겠습니다’라고 알려줄 수도 있다.

 지구 반대편의 전력이나 온도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핀란드 VTT 연구소의 경우 단지 내 전력과 증기가 유통되는 관에 센서를 연결해 그 데이터를 IT시스템을 통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관측·조절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의 뉴욕주립대 병원과 버클리대학 건물 역시 올해 안에 KT가 에너지 관리를 시작한다.

 세종시에도 KT의 기술이 적용됐다. 경찰서와 119안전센터, 우체국, 주민복합센터의 정화조·배수·엘리베이터·공조기에서는 각각 얼마씩 전력이 사용되고 요금은 얼마인지 체크해 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을 피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지능형으로 자동 조절된다. 이 시스템은 이마트 110개 지점을 비롯한 국내 218개 건물에 적용됐고, KT는 이와 관련된 46종의 에너지 절감 알고리즘과 국내외 특허 10건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용산 KT 사옥에 자체 IT 솔루션을 적용했더니 에너지를 이전보다 13.7% 절감할 수 있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이 지능형 전력 사용 시장을 1.2GW 용량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를 안 지어도 되는 용량이다.

 세계 스마트 에너지 시장은 2016년까지 70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인터넷망 기반이어서,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에 깔린 한국이 선도하기 유리하다. 홍 원장은 “통신사업자는 가정마다 유·무선 인터넷, 전화, IPTV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서비스도 결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며 “이 같은 전력 영역이 아직 민간에 개방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협의를 통해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 대중화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심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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