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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지폐 찍었던 원판 불법유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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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이민세관집행국이 12일 공개한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10냥권의 원판. 한국전쟁 중 미군에게 도난당한 이 원판은 2010년 미국의 한 경매사이트에 나오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AP=뉴시스]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밀반출된 대한제국 지폐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원판을 경매시장에 유통시킨 미국 경매회사 대표가 12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체포됐다. 이에 따라 도난 유물인 호조태환권 원판의 한국 반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사법당국은 2010년 4월 호조태환권 원판을 경매 사이트에 올린 미국 미시간주 미드웨스트 경매회사 대표 제임스 아마토를 장물유통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경매에서 원판을 3만5000달러(약 3800만원)에 낙찰받은 재미동포 고미술 수집가 윤영원씨가 장물취득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호조태환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화된 지폐다. 1893년 대한제국 정부가 화폐 개혁을 위해 만들었다. 경매에 나온 원판은 10냥권을 찍어내는 데 사용된 원판이다. 가로 15.8㎝, 세로 9.5㎝ 동판이다. 전문가들은 이 원판을 조선 말기의 화폐 역사와 고종의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하고 있다.

 덕수궁에 보관되어 있던 이 원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 라이오넬 헤이스(사망)에게 도난당해 미국으로 유출됐으며, 유족에 의해 경매에 나왔다.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원판이 한국에서 유출된 것임을 알아본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가 주미 한국대사관에 이를 알렸고, 문화재청에 의해 도난품임이 확인됐다.

 이 원판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 미 정부가 불법유출 유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한국에 환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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