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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국가 핵전략 수립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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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석수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장

세계 각국의 적극적 반대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12일 3차 핵실험을 단행해 한반도,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이제 핵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형국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의 구체적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이 북한의 핵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 강화와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또한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군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먼저 국제적 핵확산 방지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향해 핵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핵 비확산체제를 위협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미사일 개발처럼 북한이 핵기술과 핵실험 결과를 이란과 공유할 경우 이란의 핵개발이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물질과 기술이 테러분자들에게 이전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의 핵 비확산 노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핵실험을 통한 북한 핵능력의 강화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 일본과 대만도 핵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에 필수적인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 핵보유에 대비한 이러한 대응으로 인해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이 미 본토에 위협을 주지 못할 경우 대미 억지력과 협상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형화한 핵탄두를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을 때 미국에 대한 북한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아직 북한의 핵기술 수준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을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된다. 미국은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따른 직접적 위협보다는 북한의 핵확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도 자신들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핵무기를 핵 억지력이라고 하는 이유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 억지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략적 억지를 목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은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북한의 핵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핵이 없는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전제로 전략적 대응방안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국가 핵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주요 내용으로 첫째, 한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둘째, ‘범정부적 접근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군사·외교·경제 등 모든 부문의 정부부처가 협조해 북핵 문제에 총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가 가용한 군사적·비군사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넷째, 미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북 핵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에 대한 군의 대비태세를 최대한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군사력 정비의 핵심은 대북 정보 능력, 정밀타격 능력, 미사일 능력 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석 수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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