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후 첫 새해 국정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성장이었다. 그러면서 화두로 제시한 게 중산층 살리기였다. 한 시간 연설의 3분의 2인 40분을 경제로 채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밤(현지시간) 의회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진짜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산층을 되살리는 게 우리 세대의 임무”라며 “중산층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번영하게 할 경제성장이 우리를 이끄는 북극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을 새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드는 게 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이 유일한 경제정책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서양 연안의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미국의 일자리를 수백만 개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아시아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 25% 인상과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500억 달러 투자 등도 약속했다. 그는 “4년 내에 최저임금(현재 시간당 7.25달러)을 9달러(9778원, 한국은 시간당 4860원)로 올리겠다”며 “빈부 격차를 줄여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유전공학과 천연가스·청정에너지 등 첨단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인간 지놈지도 사업에 투자한 1달러가 140달러의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예를 들었다. 오바마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던 중 참관인으로 초청한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을 거론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성장을 말하면서도 저소득층 4세 자녀들의 유치원 무상교육 등 자신의 색깔이 가미된 복지정책을 빼놓지 않았다.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겠다며 “작은 정부, 그러나 더 많은 일을 하는 정부”도 강조했다.
총기 규제는 연설 뒷부분에서 등장했다. 지난해 말 코네티컷주 뉴타운 초등학교 총기사고를 거론하며 총기 규제 입법화를 의회에 압박했다. 또 내년 2월까지 아프가니스탄 파병인력 중 절반이 넘는 3만4000명을 철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의 국정연설 뒤 반론권으로 주어진 TV연설에서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41·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 증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정한 성장을 위해 우리와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루비오는 “나는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내 이웃과 미국의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존 코르닌(텍사스)은 “입으론 성장을 말하면서도 유치원 무상교육과 최저임금 9달러는 무슨 재원으로 추진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큰 정부를 위한 또 다른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박승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