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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총성 뒤 불길…그리고 LA람보는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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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과 전쟁을 선포한 ‘람보’ 도너를 잡기 위해 무장 경찰들이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유카이파 지역 도로를 검문하고 있다. [유카이파 로이터=뉴시스]

람보라 불렸던 사내의 운명은 영화와 같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과 전쟁을 선포한 크리스토퍼 도너(33)가 12일(현지시간)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경관 등 3명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던 도너는 경찰 수천 명의 수색을 따돌리며 일주일 동안 숨어 있었다.

 현지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12일 낮 12시20분 차량 도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도너로 보이는 이가 트럭을 훔쳐 달아났다는 제보였다. 경찰이 도착한 지점은 LA 동쪽 130㎞ 지점 빅베어 호수 인근 산악지대. 도너 검거를 위해 경찰이 설치한 수사본부 바로 길 건너편이었다. 경찰은 전날까지 200명의 특공대(SWAT)와 적외선 탐지장치를 장착한 헬기로 산 곳곳 600여 개의 산장을 수색했으나 그를 찾지 못했다.

22분 후 인근 도로를 주행하던 야생동물 관리요원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이 트럭과 마주쳤다. 두 차량은 충돌했고 도너를 알아본 요원은 곧바로 총을 꺼내들었다. 총격전을 벌이던 도너는 산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트럭에서 총기들과 캠핑 장비를 찾았다.

도너

 경찰이 산에 오르자 산장 한 곳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기습을 당한 경관 2명이 쓰러졌다. 이 중 한 명은 사망했다. 창문 밖으로 연막탄이 날아왔다. 달아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미 경찰이 주위를 에워싼 후였다. 경찰은 장갑차를 동원해 산장 창문을 부수고 최루탄을 쏘며 “투항하라”고 방송했다. 이때 산장 안에서 총성 한 방이 울렸다. 이어 화염이 산장을 뒤덮었다. 산장 전체가 검게 타버릴 때까지 경찰은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도너로 추정되는 시신이 산장에서 발견됐다는 경찰 관계자 전언과,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LA 경찰 의 정정 발표가 이어져 혼선을 빚었다. 밤 11시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의 신디 버크먼 대변인은 “불에 탄 유해 한 구가 산장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화재 원인은 못 밝혔지만 아무도 빠져나오지 않았고 도너 혼자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 경찰 측은 “시신의 신원 확인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너인지 여부를 밝히려면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발의 총성과 화재 원인 등도 미제로 남아 있다. 워싱턴타임스 등은 산장 안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을 두고 도너의 자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약 시신이 도너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를 찾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도너는 해군 저격수 출신이다. 저격수가 사격술 못지않게 철저하게 훈련받는 것이 자신의 몸을 감추는 엄폐 기술이다.

 도너는 LA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2008년 상관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중앙일보 2월 12일자 17면] 그는 ‘LA 경찰이 인종차별과 부정부패로 썩었다’고 비난하며 7일 전직 상관의 딸과 약혼자를 사살했다. 이후 그를 추격하는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한 명을 추가 살해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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