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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도 인기 짱! 대학강단에 선 스타들

중앙일보

입력

주입식 교육은 가라! 대학 캠퍼스에서도 스타들의 인기는 거세다. 요즘 대학가에선 형식과 이론보다는 실전 경험이 풍부한 스타 출신 교수들을 더 환영하고 있는 추세.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연예인 출신 교수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본업인 방송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예 교수직에만 충실한 경우도 있다.

연예인들이 강단에 서게 되는 경로는 주로 인맥이나 학연을 통하는 게 보통. 그러나 브라운관에서의 인기가 러브 콜의 강도와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오랜 방송생활 동안 탁월한 기량을 보이거나 지적인 이미지가 어필되면 교수로 임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대학가에서 스타 교수가 부쩍 늘어난 것은 겸임교수제를 도입한 지난 94년부터. 겸임교수제는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정식 학위를 받지 않아도 학교측의 판단에 의해 강단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 연예인의 경우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겸임교수로 출강하는 게 보통이지만, 책임감을 좀더 부여받는 정교수로 재직 중인 연예인도 적지 않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장미희

체계적이고 꼼꼼한 수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실속파

지난 89년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가 된 장미희(44). 87년부터 시간강사로 출발해 주임교수까지 승진한 그녀는, 임용 당시만 해도 프로듀서나 감독이 아닌 배우 출신으로 교수가 된 보기 드문 사례였다. 때문에 처음 대학 강단에 선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걱정 반, 시샘 반의 눈길을 보냈던 게 사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강의는 물론 학생들이 마련한 작은 술자리에도 참석할 만큼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것. 특히 그녀는 실기에 중점을 두는 편인데, 학생들 표정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충고해주는 자상한 스타일.

반면, 그녀만큼 학점 짜기로 악명 높은 교수도 없다. 건성건성, 대충대충 공부하는 제자에겐 권총(F)을 사정없이 날린다. 때문에 명지대 사회교육원에서 출석률이 가장 높은 수업이 바로 장미희 교수 과목이다.

이렇듯 명지대 학생들에게 장미희는 연예인이 아닌 진정한 스타 교수로 통한다. 대스타답지 않게 소탈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는 학생도 많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측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준다. 10년 넘게 교수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청춘(?)을 학생들에게 바쳤으니 당연한 결과다.

3년 전부터는 연극영상학부가 전문대로 분리돼 나오면서 학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주임교수로의 승진과 함께 행정업무까지 모두 그녀 앞으로 떨어진 것.

그래서 요즘 그녀는 숨 쉴 틈도 없이 바쁘다고 한다. 아침에 수업을 시작해서, 야간수업은 물론 대학원 수업까지 혼자 다 진행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되기 일쑤. 이쯤 되다보니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고려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하지만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라도 본업인 연기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수원여대 연기모델학과 정보석

깡소주 돌려가며 철야수업도 마다하지 않는 정열파

시트콤 ‘여고시절’에서 정열적인(?) 교사 역으로 열연 중인 탤런트 정보석(39).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 활약하며 농익은 연기를 펼쳐왔다. 그런 그를 대학 강단에서 가만둘 리 없다.

현재 그는 수원여대 연기모델학과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 2학년 전공과목인 ‘연기기초’를 가르치고 있는 중.

처음 학생들은 샤프한 이미지와 달리 늘 면바지에 허름한(?) 차림으로 강의를 하러 오는 그를 보고 적지 않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의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열성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끔 수업 중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것만 빼면 최고의 교수님이라고 한다.

또 학생들이 힘이 조금 빠졌다 싶으면 야외로 데리고 가 깡소주를 돌려가며 인생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의를 할 땐 강행군을 하는 스타일. 4시간 수업이 보통인데, 밤늦게까지 연장 강의를 하기도 한다.

그는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인심을 팍팍 쓰는 후한 교수지만 대충하는 학생에겐 인색한 편. A면 A, F면 F로 확실하게 구분짓는 학점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과 학생들은 사인받느라 바쁘지만 직속 제자들은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험악한(?) 분위기라고.

성균관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김혜수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하루를 투자하는 노력파

지난 10월부터 성균관대 예술학부에 출강하고 있는 탤런트 김혜수(31). 교수이기 전에 내년 2월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탁월한 말솜씨와 풍부한 방송 경험을 인정받아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연기기초’ 과목을 한 학기 동안 강의하게 됐다.

그녀가 강단에 서게 된 계기는 평소 친분이 있던 예술학부 정진수 교수의 추천 때문. 풍부한 연기 경험을 높이 평가한 정교수는 요즘 신세대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의 강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 강단에 선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학생들 사이에선 적지 않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기가 있으면 아무나 교수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반대파와 “아무래도 현장 물을 먹은 사람이니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라는 지지파로 의견이 분분하게 나뉜 것. 그러나 첫 강의 이후 여론은 하나로 뭉쳤다. 기대 이상이라는 게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

또 살아 있는 강의를 위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성향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기도 한다. 때문에 그녀의 미모만을 기대했던 학생들에겐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대경대학 연극영화과 부교수 최란

학생들 고민 상담까지 들어주는 따뜻한 인간미가 장점

5년째 대구 대경대학 연극영화과 부교수로 출강 중인 탤런트 최란(41). 화끈한 성격과 파워 넘치는 강의로 대경대학 최고의 인기 교수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공부 이전에 인간 됨됨이와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타일. 때문에 항상 모범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얼마 전에는 서강대 영상대학원의 디지털미디어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해 제자들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디지털미디어 CEO 과정에서 최란은 70명의 입학 동기생들 중 가장 높은 출석률과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졸업식 날 우등상까지 받을 정도였다.

아닌게아니라 그녀는 중앙대와 동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만국립사범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학구파 출신 연예인. 그래서인지 1시간의 수업을 준비하더라도 10시간의 수업을 들은 것처럼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자상한 언니, 누나처럼 개인적인 고민이나 진로 문제를 상담해주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제자들의 감사편지가 적지 않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녀 또한 학생들과 생활하다보니 여대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교수 생활에 뿌듯한 성취감을 갖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팬이 되고 만다는 것.

우스갯소리로 최란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시청률은 대경대 학생들이 책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 학생들은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모니터를 한다. 이것 또한 수업의 연장이라는 최란 교수의 애교스런(?) 권유 때문이다.

대학의 선호도도 높이고 비용도 적게드는 일석이조

그밖에도 대학 강단에 서는 연예인 출신 교수들은 여럿 있다. 가수 겸 작곡가 조규찬은 경희대와 동덕여대 등에 출강하고 있고, 유인촌은 대학원 졸업 후 중앙대 연극학과에서 교수로 직접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탤런트 박상원은 서경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강의를 나가면서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중. 얼마 전 버클리 음대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귀국한 가수 최성수도 내년 봄학기부터 수원대에 겸임교수로 출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학 강단에 선 사람들을 살펴보면 손범수, 신용철, 백지연 등. 백지연 아나운서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 손범수 아나운서는 홍익대 시간강사를 거쳐 조만간 겸임교수로 강단에 설 예정이다.

‘다이어트 파문’의 주인공 개그맨 이영자가 예원대 코미디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개그맨 전유성의 추천으로 대학 강단에 선 그녀는 정선희, 백지연, 홍진경 등 친한 동료 연예인들을 1일 강사로 초빙하는 등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충무로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감독 출신 교수들도 적지 않다. 과거만 해도 영화계에서 은퇴한 감독들이 교수로 임용되곤 했는데 요즘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현장에서 직접 맹활약 중인 감독들을 대학에서 환영하는 것. 이들은 대학 강단에 서면서 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인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감독을 비롯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백제예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재수의 난’의 박광수 감독과 ‘강원도의 힘’의 홍상수 감독도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한편 신설대학이 학교 홍보를 위해 스타를 겸임교수로 모셔오기도 한다. 모 대학의 경우 스타 출신 교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대학의 지명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도 줄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바쁜 스타들을 교수로 모시다보니 결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강단에 서는 과정이 어찌됐든 학생들의 반응이 용광로처럼 뜨겁다는 것. 오죽하면 도강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겠는가? 또 교수들을 통해 영화가나 방송가의 가장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스타 교수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일부 학생들은 스승을 통해 방송에 데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어쨌든 스타들의 ‘교수 되기’ 바람은 중국의 ‘한류’만큼이나 거세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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